LA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는 공무원은 누굴까. 시장? 경찰서장? 소방대장? 모두 아니다. 정답은 도선사다. 도선사의 평균 연봉은 봉급과 오버타임을 합쳐 45만 달러에 달한다. 시장의 연봉 23만2,000달러의 2배가 넘고 가주 주지사 16만5,000달러의 3배에 달하며 경찰 서장 30만 7,000달러, 소방대장 24만 1,000달러, 심지어는 미국 대통령 40만 달러보다 많다.
도선사는 항구에 들어온 대형 선박이 무사히 접안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엄청난 화물을 실은 배가 자칫 사고라도 내는 날이면 그 피해는 그 배 하나에 그치지 않고 항구 전체에 미친다. 중요한 일에는 틀림없으나 그렇다고 이들의 보수가 대통령보다 많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도선사의 연봉은 26만 2,000달러 선이다. 그럼에도 총 보수가 이렇게 높은 것은 오버타임 때문인데 고용 계약서는 사실상 정기적으로 오버타임을 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LA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2015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1명의 풀타임 도선사가 오버타임을 한 것이 정상 근무의 81%에 달했으며 일부 도선사는 150%가 넘었다. 오버타임이 정상 근무보다 많았다는 얘기다.
미 서부 해안 도선사 중에서도 유독 LA 도선사만 공무원 노조에 속해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도선사는 정부 공무원이 아니며 1주 혹은 2주 간격으로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오버타임을 하는 일이 별로 없다.
반면 LA 도선사는 12시간마다 교대 근무를 하는데 근무 시간이 제일 바쁠 때 끝나게 돼 있어 오버타임이 불가피하다. 누가 봐도 돈을 더 가져가기 위해 꼼수 규정을 만들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공무원 노조의 위세 눌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규정에 힘입어 LA항의 주 파일럿인 벤트 크리스천슨은 작년 60만2,000달러, 마이클 루비노는 50만 달러를 챙겨갔다.
이렇게 좋은 자리이다 보니 죽기 전에는 그만 두는 사람이 없다. 작년 10년 만에 자리가 하나 나자 채용된 사람은 바로 주 파일럿 루비노의 33살 난 아들이었고 그 채용에 앞장 선 것은 크리스천슨이었다. 그러나 50명의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채용된 아들은 한 달 만에 해고됐다. 경력 부풀리기 등 이력서를 조작한 사실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슨을 비롯한 채용에 앞장선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도선사들 간의 끈끈한 동지애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긴 노조의 강한 유대와 끝없는 욕심은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 현대 자동차 노조원의 평균 연봉은 9,700만원에 달한다. 유사 중소기업의 3배, 미국 자동차 근로 평균의 연봉의 2배에 달한다. 그래도 부족하다며 요즘 5년 연속 파업을 벌이고 있다. 파업 기간 같이 모여 재즈 공연을 감상하는가 하면 부부 동반 해외여행권 추첨 행사도 갖는 등 파업의 모습도 매우 고급스럽다. 고용 계약 갱신할 때마다 자식 우선 채용 조항이 들어 있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런 노조의 횡포에 지친 사업자 측은 매년 국내 생산을 줄이고 해외는 늘려 10년 전 72%에 달했던 국내 생산 비중은 올 36%로 반 토막이 났다. 그러면서 한국 내 일자리가 없어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고 아우성이다. 부자나 근로자를 막론하고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의 끝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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