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불급설(駟不及舌) -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가 혀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했다. 혀를 놀려 말을 하고 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퍼져 나가니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공자의 애제자인 자공은 가르쳤다. 2,500여년 전 공자 시절,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는 초고속의 상징이었다. 그 빠른 마차보다도 더 빠르게 말이 퍼져나간다니 그건 얼마나 빠른 건가 - 그 시대 사람들은 이해했다.
인터넷 시대인 지금은 혀가 문제가 아니다.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려 한 말들이 한순간에 퍼져나가는 데, 말 그대로 빛의 속도이다. 혀로 한 말은 입을 떠난 순간 사라지기라도 하지만 자판으로 한 말은 사라지지도 않는다. 이메일, 트위터, 카카오톡 등 사이버세계로 쏘아 보낸 말들은 지워도 지워지지 않고, 감춰도 감춰지지 않는다. 영생불멸이다.
그래서 말한 사람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끄집어내서 문제를 삼기도 하고, 보아서는 안 될 사람이 봐서 사달이 나기도 한다. 게다가 버튼 한번 잘못 누르면 엉뚱한 사람에게 가기도 하고, 한꺼번에 수백 수천명에게 전달되기도 하니 온라인 시대에 말 한마디 잘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개인적 차원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은 잘못 전해진 카톡 메시지. 여러 사람과 동시에 카톡을 주고 받다보면 엉뚱한 사람에게 엉뚱한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생긴다. 예를 들어 바람피우는 남성이 애인과도 카톡, 아내와도 카톡을 하다가 애인에게 쓴 메시지를 아내에게 잘못 보내고 나면 한바탕 소동을 피할 수 없다.
친구들 사이의 메시지가 폭발적으로 퍼지는 일도 가능하다. 지난 2013년 겨울 뉴욕의 저스틴 사코라는 여성은 트위터 한번 잘못 했다가 ‘공공의 적’이 되었다. 남아공의 가족을 방문하러 가던 중이던 그는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서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가 트윗을 했다. “아프리카로 가는 길. 에이즈에 걸리지 않기를 바람. 그냥 농담. 나는 백인이잖아!”
트위터 친구들에게 가볍게 한마디 한 조크였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백인들이 갖고 있는 특권의식을 비꼬기 위한 의도였다. 그리고는 남아공 공항에 내린 순간 그는 상상도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가 비행기를 타고 있던 11시간 동안 트위터 내용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면서 그는 ‘역겨운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 찍혔다. 남아공에서는 그를 성토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신상이 털리면서 결국 뉴욕의 직장에서도 해고를 당했다.
사적 메시지도 이렇게 파급효과가 큰데 공적 메시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이 해킹을 당하고 그 내용이 위키리크스에 공개되면서 결국 데비 와서먼 슐츠 DNC 의장이 물러났다. 경선을 공정하게 이끌어야 할 슐츠 등 DNC 간부들이 노골적으로 힐러리 편을 들며 버니 샌더스를 비방하고 캠페인을 훼방한 내용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클린턴 진영은 해킹의 배후로 러시아를 탓하지만, 어차피 쏟아진 물이다.
이메일, 트위터, 카톡으로는 세상사람 누가 봐도 문제가 없을 내용만 말하는 것이 기본이다.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자나 깨나 이메일 조심’이다. 지운 이메일도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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