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기 대통령 중 가장 중요한 사람 셋을 뽑으라면 조지 워싱턴과 토마스 제퍼슨, 그리고 제임스 매디슨을 택해야 할 것이다. 워싱턴은 독립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미국의 생존을 가능케 한 인물이고 제퍼슨은 미 건국 이념을 천명한 ‘독립 선언서’를 쓴 사람이며 매디슨은 연방 정부 창설의 바탕인 헌법 초안을 작성했다.
이들 세 사람은 당시 13개 주 가운데 가장 인구도 많고 중요한 버지니아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것 말고도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세 사람 모두 과부와 결혼했다는 사실이다. 워싱턴은 당시 버지니아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과부 마사와, 제퍼슨은 먼 친척이자 28살 난 젊은 과부 마사, 매디슨 역시 26살 난 젊은 과부 돌리와 결혼했다.
당시 미국을 이끌던 지도자들이 이처럼 줄줄이 과부와 결혼했다는 것은 두 가지를 말해 준다. 하나는 남자들의 평균 수명이 짧아 청상과부가 많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과부들과 결혼하는 것이 전혀 흠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남편을 사별한 여성을 부인으로 맞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자신이 이혼하거나 이혼녀와 결혼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큰 부담이 됐다. 서부 변방의 하층민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앤드루 잭슨은 이혼녀 레이철과 결혼했는데 이혼 수속이 명확히 끝나지 않은 바람에 간통과 중혼 의혹에 시달렸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레이철은 이로 인한 마음고생이 겹쳐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까지는 봤지만 취임하기 전 사망하는 불운을 겪는다.
겉보기에는 결혼과 이혼에 관대한 것 같은 미국인들도 대통령에게는 오랫동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미국 역사상 이혼하고도 대통령이 된 인물은 1980년 당선된 로널드 레이건이 처음이며 아직까지 유일하다.
만약 올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이혼한 대통령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바나, 말라, 멜라니아 등 도널드의 세 아내는 모두 모델 출신이고 현 아내 멜라니아는 누드 사진까지 찍었다. 셋 중 둘이 체코와 슬로베니아 태생이라는 것도 특이하다.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가 이번 주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서 열리고 있는 공화당 전당 대회장에서 남편 지지 연설을 하다 8년 전 버락 오바바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연설문 내용을 그대로 따와 논란을 빚고 있다.
멜라니아는 연설 전문가들이 써 준 원고를 무시하고 자신이 새로 작성한 원고를 읽었는데 여기에 8년 전 미셸이 말 한 “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속박”(your word is your bond)이라는 부분과 “당신의 꿈과 그를 위해 일하려는 의지”(your dreams and your willingness to work for them)라는 부분 등이 미셸의 연설문과 글자 한 자 틀리지 않고 같다는 것이다.
트럼프 측은 멜라니아 연설의 93%가 미셸과 다르다며 진화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이는 누가 봐도 명백한 표절이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멜라니아가 왜 하필 트럼프가 지금껏 그토록 비하해온 오바마 아내 연설문을 베꼈는가 하는 점과 왜 트럼프 진영에서 아무도 이를 걸러내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일은 트럼프 진영이 얼마나 엉성하게 대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아무래도 올 가을 미 대통령 가정사가 새롭게 쓰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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