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white)이란 단어가 요즘 미국 언론에는 부쩍 자주 등장한다. 이 ‘백인’이란 단어가 주는 정치, 사회적 언외적 의미는 그랬다. 지배계급, 기득권층, 파워, 이런 것들과 동의어로 들렸다.
그래서인지 ‘피부가 하얗다는 것은 보안관 배지나 다름없다’란 말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흔히 쓰던 용어의 하나가 와스프(WASP)였다.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White Anglo-Saxon Protestant)의 두문자를 따서 줄인 말로 백인주류의 미국 사회의 지배계급을 의미했다.
이 와스프라는 용어가 요즘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와스프=위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부정적 뉘앙스가 짙어졌다. 게다가 앵글로 색슨계 인구는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또 개신교 인구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백인’이란 단어에는 거의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따라 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가난한’(poor), ‘분노한’(angry) 등의 형용사다.
“‘화이트 푸어’는 도널드 트럼프를 중심으로 뭉쳐 미국의 기존가치를 전복시킬 태세다.” 한 신문의 보도로 2016년 미국의 대선 풍향계를 가리키고 있다. 그 언어 사용이 그렇다. 부지부식 간에 미국사회에서 백인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약화되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줄어들고 있는 백인의 입지. 이는 인구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그러니까 2015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의 50.2%는 소수계라는 인구통계국 보고가 그 하나다.
지난해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 아기는 모두 198만2,9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해 태어난 소수계 아기 199만5,102명을 약간 밑돌고 있다는 것이 센서스국의 발표다. 그리고 2015년 현재 다섯 살 미만 어린이 중 소수계는 전체의 50.3%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백인의 소수계화가 생각보다 빨리 올수 있다는 것이다. 센서스국은 그 시기를 2044년에서 2055년 사이 어느 시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망은 더 충격적이다. 2000년 현재 세계인구의 20%(10억여 명)를 점유했던 백인 인구는 2050년께에는 2%로 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던 것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근대 이후의 세계는 한마디로 백인의 시대였다. 그 백인의 시대가 30여년 후면 종말을 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CIA는 이 같은 전망과 함께 세계의 안보지도도 근본적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미국의 사망률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치명적 질병 때문이 아니다. 마약과 알코올 중독, 높아진 자살률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다. 마약중독에, 자살률이 특히 높은 그룹으로 뉴욕타임스는 교육수준이 낮은 중년 후반 연령대의 백인들을 지목하고 있다.
소득이 줄었다. 그들의 아메리칸 드림이 좌절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교회출석률도 낮아지고 있다. 그들은 분노하고 있다. 자포자기적이다. 저소득 백인 중년층들의 높은 치사율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이 신문의 분석이다.
점차 사라져가는 와스프.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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