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 태어난 아이들과 그 부모들에게 포케몬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1995년 일본의 다지리 사토시가 창조한 포케몬은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괴물’ (pocket monster)이라는 뜻으로 포케몬 트레이너인 주인공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온갖 종류의 포케몬을 찾아 길들인다는 것이 테마다. 여러 포케몬의 대표 격인 작고 통통한 피카추는 귀여움의 상징으로 일찍이 자리 잡았다.
마리오 시리즈로 유명한 닌텐도의 게임보이 프랜차이즈로 시작된 포케몬은 그 후 만화와 영화, 카드, 각종 게임 등 장르를 넓혀가며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당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새 포케몬 상품이 나올 때마다 이를 사대느라 등골이 휘는 일이 다반사였다.
마리오 다음으로 인기가 있었던 포케몬 게임 덕분에 닌텐도는 2억 개의 게임을 팔아치웠고 지금까지 포케몬 프랜차이즈로 번 돈은 46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포케몬의 인기가 다시 폭발하고 있다. 닌텐도가 지난 주 ‘증강 현실’ (augmented reality)이라는 새 형식으로 ‘포케몬 고’라는 게임을 내놨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에 가상의 포케몬을 배치, 현실과 가상을 접목시킨 이 게임에 세계인들은 이미 1억 개의 앱을 다운받는 등 그 반응은 가히 열광적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이용해 사람들을 호젓한 곳으로 불러내 강도 행각을 벌이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한국에서는 난 데 없이 속초 행 차표가 만원이 돼 이곳을 갈래야 갈 수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 게임을 할 수 없는 데 속초와 울릉도 등 일부 지역은 포케몬 지도에서 한국 밖으로 분류돼 게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부 속초 식당에서는 포케몬 인형을 전시하는 등 손님을 끌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지역에서 이 게임이 시작되면 부산 등 일본 권으로 분류된 한국 남부에서도 게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 시장이 TV와 연결된 컨소울에서 스마트 폰으로 옮겨가며 고전을 면치 못하던 닌텐도의 주가는 ‘포케몬 고‘ 출시 후 11일 하루에만 25% 폭등하며 시장 가치를 90억 달러나 불렸다. 그렇지만 일본과 함께 게임 시장의 강자를 자처하던 한국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게임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AR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포케몬 고’는 2014년 4월 1일 만우절 장난으로 시작됐다. 이 날 구글은 구글 지도에 호텔이나 식당이 나타나듯 포케몬이 나타나는 게임을 만들었다.
플레이어와 캐릭터 간에 별다른 관계는 없었고 나타난 포케몬을 누르기만 하면 잡을 수 있는 간단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몇 번 이를 해보다 잊어버렸지만 나이앤틱의 경영 책임자였던 존 행크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나이앤틱은 실제로 플레이어가 현실에 있는 장소로 가 임무를 완수하는 ‘인그레스’라는 게임을 출시해 놓고 있었다.
행크는 인그레스와 포케몬을 결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포케몬 고’다.
어쩌면 지극히 단순한 것 같지만 이처럼 남이 하지 않는 각도에서 사물을 보고 새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 경제의 요체다. 이런 일이 ‘창조 경제’를 기치로 내건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일어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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