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야구팬들의 큰 자랑인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선수가 성폭행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 성폭행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를 감안한다면 강 선수는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선수 생명은 물론 인생 자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성폭행 혐의에 휘말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안타깝고 충격적이다.

강정호의 성폭행 의혹은 현재까지 의혹일 뿐이다. 아직 아무 것도 확인된 바는 없다. 시카고 경찰에 신고된 내용에 의하면 지난달 17일 두 사람은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났고, 강정호가 여성을 그의 호텔 방으로 초청해 같이 술을 마셨다. 성인 남녀가 자발적 의사에 따라 행한 전혀 문제 될 것 없는 행동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강정호가 건넨 주류를 마신 후 정신이 혼미해졌고, 그런 상태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 여성의 주장이다. 여성은 이틀 후 병원에 가서 성폭행 확인 검사를 받고 열흘 후 경찰에 신고했다.

데이트 앱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술 한잔 하며 사귀는 일은 온라인시대에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전혀 낯선 사람들끼리의 만남인 만큼 위험요소가 없지 않다. 이런 만남이 성폭행 사건으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그래서 엄청난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면 성폭행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성폭행은 후유증이 심각한 범죄이다. 대부분 피해자들이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렇게 피해가 심한 반면 너무 흔하게 발생한다는 것이 성폭행의 특징이다. 미국에서 성폭행 피해 경험이 있는 여성은 5명에 한명 꼴, 남성은 15명에 한명 꼴이다. 이중 상당수는 성폭행에 대한 인식부족이 초래하는 사건들이다. 성적관계에 대해 피해자는 동의한 적이 없는데 가해자는 합의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들이다. 데이트 강간의 많은 케이스가 이에 해당한다.

성폭행의 정의는 간단하다.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명백하게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도한 모든 성적행위는 성폭행이다. 서로 호감을 갖고 성적접촉으로 이어질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첫째도 합의, 둘째도 합의다. 남성들은 여성의 침묵이 절대로 긍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강정호 선수가 하루 속히 모든 혐의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