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신화에 나오는 주피터(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는 천상과 지상의 질서와 정의를 주관하는 최고신이지만 그 자신에게 한가지는 예외였다. 아름다운 여성에 관한한 주피터는 세상의 질서도 정의도 무시했다. 여신이건 요정이건 인간 여성이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바람을 피웠다. 누이이자 아내인 주노(그리스 신화의 헤라)가 질투의 여신이 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주피터의 바람기가 도무지 끝이 없기 때문이었다.
주피터가 바람을 피우면 주노는 질투심에 불타서 그 상대방을 응징하곤 했으니, 잠깐의 사랑으로 여성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컸다. 아름다운 님프 이오는 특히 심한 고초를 겪었다.
강의 신의 딸인 이오가 어느 날 주피터의 눈에 든 것이 잘못이었다. 이오가 주노의 질투를 두려워하자 주피터는 꾀를 냈다. 이오를 만날 때면 두터운 구름 모양으로 변신해서 자신의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바람둥이 남편의 아내에게는 육감이 있는 법. 주노의 예리한 눈길을 피할 수는 못했다.
천상에서 주노가 세상을 내려다보니 수상쩍은 구름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것이 남편 주피터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주노가 현장을 덮치자, 주피터는 재빨리 이오를 흰 암소로 바꿔 버렸다. 불같이 화를 낼 아내로부터 이오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주노가 암소를 달라고 하자 주피터는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
이오는 주노의 감시 하에 암소로 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주피터가 다시는 이오를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나서야 주노는 이오를 암소의 몸에서 풀어주었다. 구름으로 모습을 감춘 주피터, 그런 주피터를 속속들이 알고 싶어 했던 주노, 그리고 주피터 곁에 붙어있는 이오. 로마 신화 속 존재들이 우주과학의 프레임 안에서 다시 만났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목성(Jupiter) 탐사선 ‘주노’가 5일 목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2011년 8월5일 지구를 출발해 5년 걸려 날아간 것이었다. ‘주노’가 목성 궤도에 안착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전송한 사진에는 목성과 4개 위성이 함께 담겨있었다. 목성의 60여개 위성 중 가장 대표적 위성들인 이오와 에우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이다. 그렇게 주피터와 주노, 이오가 함께 만났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은 눈에 잘 띄어 고대로부터 관측되어온 천체 중 하나이다. 목성은 태양계 행성 중 금성 다음으로 밝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보통 달과 금성에 이어 세 번째로 밝게 보인다. 로마인들은 그 행성에 신들의 왕인 주피터의 이름을 붙였고, 동양에서는 오행 중 하나인 나무 목(木)을 붙였다.
무인탐사선 ‘주노’는 앞으로 20개월 동안 목성 주변을 돌면서 두터운 구름층으로 가려져있는 목성의 비밀을 알아낼 예정이다. 지구 1,000개가 들어갈 만큼, 태양계 행성 전체가 들어갈 만큼 거대한 기체행성 목성의 정체를 주노가 얼마나 밝혀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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