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중년층은 종종 당혹스러운 경험을 한다. 소위 밥그릇의 질서가 안 먹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밥 한 그릇이라도 더 먹은 사람이 그만큼 더 아는 게 많았다. 그래서 아이는 어른에게 배우고, 후배는 선배에게 배우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질서였는데, 인터넷이 들어서면서 뒤죽박죽이 되었다. 나이든 세대는 당장 셀폰 하나 사용하려 해도 어린 사람들에게 배워야 하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런 질서가 흔들리는 현장 중 하나가 직장이다. CBS에서 뉴스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했던 방송인 몰리 세이퍼도 젊은 후배들을 보면서 ‘참 다르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는 일터가 심리적 전쟁터가 되고 있다는 표현을 했었다.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전쟁이다.
“그 전쟁터에서 우위에 있는 건 밀레니얼 세대다. 테크놀로지에 밝은 이들은 상상 가능한 모든 기기를 제 몸의 연장처럼 쓰고 있다. 이들은 말하고 걷고 듣고 타이핑하고 텍스트 보내며 한꺼번에 온갖 일을 다 한다.”
그러면서 이들 젊은 세대가 제일 중요시 하는 것은 자기 자신. 기존의 권위를 우습게 여기는 한편 대단히 자기중심적인 존재들이라는 말이다.
나이든 세대가 보기에 젊은 세대는 항상 ‘뭔가 우리와는 다른 존재들’이다. 그래서 곧잘 나오는 말이 ‘요즘 아이들은 ~’ 인데 이 말은 고대 이집트의 유물에도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세대 간 격차의 역사는 깊다.
힐러리 클린턴이 28일 색다른 공약을 내놓았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자신이 백악관에 들어가면 첫 임기 동안 미국의 모든 가구에 고속 인터넷을 보급하고, 젊은 층이 하이텍 분야 창업에 나설 경우 대학학자금 융자 상환을 늦춰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사업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거나 창업 장소가 저소득층 밀집 지역일 경우에는 학자금 융자액 중 최고 1만7,500달러를 감면해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갑자기 웬 인터넷 보급? 느닷없이 웬 창업 지원?” 하고 의아할 수 있겠지만 힐러리 진영은 사실 좀 속이 탄다. 민주당 경선은 다 끝났는데 버니 샌더스 지지하던 젊은 층이 도무지 힐러리 쪽으로 마음을 돌리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대인 이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고안한 것이 테크놀로지 공약이다.
힐러리가 민주당 후보인 것은 기정사실인데도 지난 주말 LA에서는 ‘아직도 버니’ 시위가 있었다. 샌더스 골수 지지자들은 캘리포니아 투표 집계가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니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샌더스가 본선에 나갈 수 없다고 해서 대신 다른 후보를 지지할 수도 없다는 것이 또한 이들의 입장이다.
하버드 정치 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밀레니얼 세대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단 한명의 후보는 샌더스이다. 힐러리 진영에서 보기에는 힐러리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는 비교가 안 되게 좋은 대통령감이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보기에는 거기에서 거기라는 것이다. 2008년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승리를 안겨준 세대, 올해 예선에서 샌더스 돌풍을 일으킨 세대, 7,300만에 이르는 이 세대와 힐러리는 가까워질 수 있을까. 테크놀로지 공약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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