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정당성 (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말인지 한국말이나 영어로 그 정확한 뜻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그것은 필자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국 신문을 읽다가 Political Correctness가 “정치적 정당성”이라는 말로 번역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것이 우리 사회에 만들어 내는 부작용(?)은 마치 바늘 끝이 나의 피부를 찌르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언제부터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교수들도 서로 대화를 하면서 주변을 살펴야 하고, 몇몇이 서로 수군수군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강의실에서도 극히 말을 조심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미국과 대학 내의 분위기라니 믿을 수가 없다. 실수로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는 그 날로 교수도 총장도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소위 정치적 정당성 (Political Correctness)을 위반했다는 것이 그 죄목이다.
흑인 문제에 대해, 여성 문제에 대해, 동성애자들의 문제에 대해, 이슬람에 대해 비판적인 말이나 글을 쓸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백인들의 잔혹하고 동물적 수탈의 역사에 대해 비판하고 말하고 쓰는 것에는 전혀 제한이 없다. 하고 싶은 모든 욕설과 말을 다 할 수 있지만, 흑인 문제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소위 리버럴한 민주당계 정치인이나 언론매체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말을 했다가는 그 날이 바로 자신의 무덤을 파는 날 이다.
여성문제나 동성애자에 대해서 말 할 때, 동료들로부터 ‘조심해 (better be careful)’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기독교를 욕하고 500년 전 교회가 저지른 모든 잘못이나, 1000년 전 십자군 운동이 역사상의 커다란 범죄라고 선언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슬람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이슬람이란 종교의 근본에 테러를 조장하는 요소가 있는 것을 정직하게 말했다가는 정치적 정당성(political correctness)을 위반 하는 죄인이 되어 대학을 떠나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무하마드 알리가 얼마 전에 74세를 일기로 숨졌다. 대통령을 포함한 신문, 방송, 모든 언론 매체가 “미국의 영웅” “세기의 영웅”으로 불리던 무하마드 알리를 추모하고 그의 생애를 재조명하는 것을 보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불편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것 역시 정치적 정당성이라는 이름으로 덮어씌우는 미국 사회의 허위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징집영장을 받은 캐스어스 클레이 (Cassius Clay)는 징집영장을 신문기자들 앞에서 불태웠다. 이에 동조하던 소수의 젊은이들은 징집을 피해 캐나다와 유럽으로 도망쳤다. 캐시어스 클레이는 후에 무하마드 알리로 이름을 바꾸고 기독교와 미국을 저주한 후 이슬람으로 개종하였고, 그는 영웅이 되었다. 그에게 미국은 악의 화신이었다.
워싱턴 베트남 전쟁 기념비는 땅속으로 서서히 묻혀 사라져가는 검은색 화강암 벽으로 이루어졌다. 그 위에는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한 15만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그 이름을 읽으면서 국가의 부름을 받고 낯선 외국 땅에서 죽어간 무수한 젊은이들의 얼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한 흑인 권투선수는 영장을 불태우고 영웅이 되었고, 시민의 책임을 다하고 국가의 부름에 따랐던 15만 명의 젊은이들은 전쟁터에 나가 죽었다
. 전쟁에 나가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무하마드 알리가 옳은 일을 했고, 세계 평화와 화해의 커다란 힘이었다고 칭송했다(“He did what was right. He was a powerful force for peace and reconciliation”). 정치적 정당성(Political Correctness)의 극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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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헌 맨체스터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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