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소비를 해온 시간이 어언 20년.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살 수 있다. 무한한 경제적 능력을 지닌 것이 아니므로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살 수 있지는 않아도, 필요한 것을 내 주관대로 구입할 수는 있다.
유명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은 아이 어른 가릴 것 없이 비슷할 수 있다. 그것이 브랜드 이름이든, 그 제품의 품질 때문이든 말이다. 하지만 십수년 전과 다르게 최근에는 이름 없는 브랜드도, 비싼 가격이 아니어도 품질 좋은 제품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주변을 둘러보면 단순히 브랜드만을 따라서 구매하는 브랜드 소비는 줄고, 자신의 개성에 따른 소비가 늘고 있다. 심지어 브랜드가 없는 ‘브랜드’가 생겨나고 일본 브랜드인 ‘무인양품(무지)’처럼 브랜드 자체가 아니고 제품의 질과 실용성을 내세운 브랜드가 생겨나고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내 구매 패턴을 봐도 그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10년 전에 꽤 큰 거금을 들여서 구입한 유명 브랜드 가방은 수납 박스에 고이 모셔져 있고, 더 이상 그런 브랜드에 눈길이 가지 않는다. 아무리 품질 좋은 제품이라도 브랜드 이름이 바로 떠오르는 제품은 사고 싶지 않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흔하게 입는 옷이나 가방도 사고 싶지 않다. 무조건 남들과 다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 안목과 내 생각이 들어간 구매가 아니면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A 브랜드의 가방을 샀다고 치자. 나는 그 브랜드가 만들고 싶어 하는 이미지 속에 담겨질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아니고, 나란 사람의 정체성을 담아내지도 못할 것이다.
비단 남들에게 보여 지는 모습에 신경을 써서만은 아니다. 결국 내가 선택하는 모든 것은 나다. 어떤 브랜드의 옷을 사느냐의 결정은, 내가 어떤 책을 읽을지 선택하는 것과 같다. 외적이든 내적이든 나를 위한 모든 선택은 나를 만든다. 나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있는 그대로의 내가 보여 지고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뛰어난 장인정신을 담은 훌륭한 브랜드들도 많고, 시대를 반영하는 유행도 존재한다. 이를 인정하지만 더 이상은 브랜드나 상표를 구매 고려의 주요 요인으로 삼고 싶지 않다.
마케팅 업계에서 일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리 반가운 소비 패턴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주관에 기반한 의식적인 소비는 더 강한 브랜드 로열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한번 내 성향과 일치한다고 판단되면 지속적인 소비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유행 따라서 이동하는 소비자가 아닌 평생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나의 성향과 성격을 닮은 물건들, 브랜드 이름이 아닌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성격에 따라 구매하는 소비는, 획일적인 사회에서 적어도 나를 잃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의 반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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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소셜네트웍 광고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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