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뜨는 노후 전략
▶ 놀기만 하기에는 너무 길어, 일·자원봉사·여가활동의 3가지 축 인기
은퇴 부부인 크리스틴 피터스와 남편 데인이 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브루클린에 살던 이들은 은퇴 후 아들 가족이 사는 뉴햄프셔로 이사했다. 일과 자원봉사, 가족과 여가활동을 세가지 축으로 이들은 은퇴 생활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은퇴를 하면 때로 여행을 하면서 여유롭게 쉼을 즐기는 것이 전부였다. 이제는 은퇴 후에도 더 이상 손 놓고 노는 시대가 아니다. 평균 수명 연장으로 노후에 살아야 할 시간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 삶을 보다 짜임새 있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받지 않을 정도로 파트타임 일을 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자원봉사로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의미도 찾고, 여가활동으로 즐거움과 안식을 누리는 것이 바람직한 은퇴생활로 꼽히고 있다.
뉴욕의 브루클린 하이츠 몬티소리 학교 교장이었던 데인 피터스(68)는 3년 전 은퇴를 한 후 삶을 3개의 축으로 나눠 살고 있다. 컨설팅, 자원봉사 그리고 여가 시간이다.
“돈 버는 일, 사회 환원하는 일 그리고 안식을 취하는 일의 3가지이지요. 나는 이걸 ‘컨설티어링’이라고 부릅니다.”컨설팅과 자원봉사 즉 볼런티어링을 합친 말이다.
은퇴 후 피터스와 비슷하게 일과 봉사, 여가의 균형을 추구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컨설티어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 같은 느낌”이라고 은퇴과정 코치인 도리안 민처는 말하다.
“근무 일정에 삶을 위한 시간을 억지로 구겨 넣기보다 삶에 일을 좀 끼워 넣는 방식이지요.”그에 의하면 요즘 은퇴자들은 일을 좀 하는 것이 득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고, 사회적 연대, 정신적 참여 그리고 의미를 삶 속에서 구축하고 싶어 한다. 많은 은퇴자들에게 일은 여전히 정체성의 최우선 요소가 된다.
“은퇴자들이 스스로를 정의하는 중요한 부분이 일입니다. 그러니 완전히 일을 포기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지요.”그래서 일을 원하는 때 원하는 만큼 하면서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다른 일들을 할 시간을 갖고 싶어한다고 그는 말한다.
피터스가 자신이 만든 말이라고 주장하는 ‘컨설티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전통적 은퇴에 만족하는 노년층이 과거만큼 많지 않다는 말이다. 직원 복지 연구소(EBRI)라는 단체가 최근 발표한 연구 자료에 의하면 은퇴 생활을 즐긴다는 노년층이 줄어들고 있다.
미시건 대학의 건강과 은퇴 연구는 15년 간의 자료를 토대로 미 전국 노년층에 대한 가장 포괄적 조사를 한 보고서이다. 이 연구에 의하면 은퇴 생활이 ‘대단히 만족스럽다’는 대답은 지난 1998년 60% 이상이었던 것이 2012년 49% 아래로 떨어졌다.
은퇴 생활이 만족스러우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피터스가 전직 교사인 아내 크리스와 함께 제일 먼저 한 것은 아들 가족 가까이로 이사를 간 것이었다. 아들, 며느리 그리고 3살, 5살의 손녀들과 가까이 살기 위해 그들은 뉴햄프셔, 그린랜드로 이사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부부는 일년 간 시험 삼아 렌트를 해서 살아 보았다. 아들 가족의 삶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그 지역이 어떤지 경험해보고 싶었고, 동시에 감당할 만한 가격대의 집을 찾고 싶었다고 피터스는 말한다.
새 집에서 그는 컨설팅 일을 하고 있다. 정체성 문제를 생각해서라도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싶지는 않았고, 현장에 머물면서 리더십과 관리 분야의 전공을 살려 개별 학교들을 지원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반면 주 70시간 근무 속도로 달리고 싶지는 않았지요.”현실을 알아볼 겸 그는 은퇴 전 주말 컨설팅 일을 했다.
“수요가 많더군요. 그래서 일을 골라서 하고 싶을 때 합니다. 보통 한 달에 한 건 정도.”그린랜드로 이사온 후 피터스 부부는 비영리 연극단체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단원들은 직접 극을 쓰고 연극으로 만들어 뉴햄프셔 주 전역을 돌며 노인센터에서 공연한다.
“여기서는 우리가 어린 아이 축에 속합니다. 극단 대표는 84살이에요.”부부는 극장 구내매점에서 팝콘을 만들어 파는 자원봉사도 하고 여러 작은 비영리기구들의 이사로도 봉사한다.
컨설팅과 자원봉사에 이은 세 번째는 가족과 여가활동이다. 부부는 일주일에 두 번 등교 전과 방과 후 손녀들을 봐준다. 여가활동으로 이들 부부는 올해 이미 멕시코, 샌 미구엘을 여행하고 왔다. 그리고 알래스카 크루즈, 자전거와 바지선으로 도는 프랑스 여행을 예약해두었다.
이 모든 활동들을 해내려면 체력이 받춰 줘야 하니 피터스는 매일 9마일씩 자전거를 탄다. 체력단련은 은퇴 후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그는 말한다.
한마디로 은퇴 후 삶은 여가의 삶과 목적의 삶의 균형이라고 그는 말한다. 제일 어려운 것은 시간 관리. 일은 얼마나 맡아 하고 자원봉사는 현실적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 지를 관리하는 것이다.
매릴랜드, 락빌에 사는 앤 셀츠(66)도 은퇴 후 일하는 시간을 제한한다. 자원봉사와 다른 활동들을 할 여유가 있도록 일은 매주 평균 25시간만 한다. 셀츠는 그 지역 공연단체인 이발사 그룹에서 노래를 하고 요가, 걷기, 수중 운동 등을 정기적으로 한다.
“몸을 계속 움직이고 정신활동을 활발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지팡이에 의지해 사는 뚱뚱한 늙은 여자가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것이지요.”그러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스스로를 관리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아무 생각 없이 노년의 삶에 빠져들지 말고 한해 한해를 어떻게 보낼 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주거용 부동산 건축 분야에서 마케팅 부사장으로 일했던 그는 6년 전 감원을 당했다. 주거용 부동산 건축업계가 무너지고 있던 당시 그는 회사가 안고 가기에는 너무 고임금의 고위직이었다. 지난해 관련 조사에 의하면 은퇴자들의 무려 60%는 65세가 되기 전에 자신들이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인해 밀려났다.
잠깐씩 여러 일자리를 돌아다닌 후 셀츠는 마케팅 컨설팅 업을 시작했다. 현재 그가 시간당으로 받는 돈은 과거 현역으로 일할 때의 1/3 수준. 하지만 수입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일을 뭔가 열정을 쏟을 대상, 즉 자원봉사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감원으로 실직했을 때 우울증에 빠지지 않고 버티게 그를 지켜준 것이 바로 자원봉사였다.
<
뉴욕타임스 - 본보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