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사는 이야기/ 김민선 제34대 뉴욕한인회장 겸 롱아일랜드 컨서버토리 학장
1983년 남편과 보스턴으로 유학
LIC는 어릴적부터 꿔온 꿈
좋아하는 음악 가까이 할 수 있어 행복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한인회 첫발
회관 살리기에 많은한인 동참하길
그의 삶은 정의가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소신이 뚜렷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반드시 행동으로 옮긴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 매사에 태도나 수단은 바르고 떳떳하다. 정당하게 원칙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격은 불같다. 고집도 센(?) 편이다. 빈틈없이 완벽마저 추구한다. 그래서 함께 하는 이들은 과정을 힘들어한다. 하지만 결과엔 보람을 느낀다. 깐깐해도 뒤끝이 없는 품성 덕분이다. 별명이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인 이유다. 그는 김민선(55) 제34대 뉴욕한인회장 이자 롱아일랜드 컨서버토리 학장이다.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소녀’
그는 1960년 충북청주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청주대를 설립했다. 아버지와 큰 오빠는 2대와 3대 총장을 각각 역임했다. 7남매 중 셋째인 그는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다. 3세 때 피아노를 시작했고, 9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 동네아이들을 모아 음악회와 뮤지컬 공연을 했다. 소풍 때면 연예인 흉내로 인기가 짱이었다. 외국영화 보는 것도 좋아했다. 5세 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봤다. 그 때 여주인공 마리아처럼 음악선생이 되는 꿈을 꾸었다. 노래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장래희망이 싹텄다. 영화 자이언트의 주인공 제임스 딘을 보고는 미국을 가겠다고 혼자약속도 했다. 자신의 음악활동과 음악학교를 하고 싶은 미래의 무대로 미국을 택한 셈이다.
그는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시험을 봐서 명문 청주여고에 입학했다. 바이올린 레슨을 계속했다. 부모는 반대했다. 그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1979년 이화여대 음대입학. 전공은 바이올린. 영국에서 서머 프로그램을 수료하는 등 4년 공부를 마치고 1983년 졸업. 졸업과 동시에 아버지의 소개로 대학 1학년 때 만난 ‘신문방송학과’ 전공 남자친구와 결혼 후 미국 유학길에 나섰다.
그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가르친 선생님은 두 분인데 이름은 이영순으로 똑같다. 동명이인이다. 지금도 참으로 신기하다. 당시 부모님이 반대하자 레슨비도 받지 않고 재능을 키워준 선생님이 결국 오늘의 나를 이끌어 주셨다”며 옛 추억을 회상했다.
‘나는, 행복한 사람!’
그는 1983년 남편과 함께 보스턴으로 유학 왔다. 클락대학에서 남편은 경영학을 자신은 음악공부를 했다. 1985년 뉴욕에 왔다. 남편이 필립모리스에 취직했기 때문. 남편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총괄하는 NBC 방송국의 총괄 매니저로 입사한 뒤 그 곳에서 3년 정도 일했다. 그 후에는 스포츠 관련 사업에 뛰어 들었다.
그는 뉴욕서 남편이 직장생활을 할 때 학업에 정진했다. 줄리아드 음대에서 바이올린 공부를 했다. 뉴욕대학(NYU)에서 영어도 배웠다. 파슨 디자인스쿨에서는 패션디자인 학위도 받았다. 그는 1992년 미국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롱아일랜드 낫소카운티서 리즈마(LISMA)라는 음악, 미술 전문 학원을 차려, 교육자의 길로 나선 것이다. 그 후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이며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연주자 전문양성교육기관을 만들기 위해 음악전문학교인 롱아일랜드 컨서버토리(LIC)도 설립했다. 지금까지 꾸준하게 26년 동안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LIC는 학생들의 개성을 살려주는 맞춤형 학과과정이 매력적이고 많은 연주무대 기회를 제공하며 수준 높은 교수진들의 강의를 저렴한 수업료로 들을 수 있는 점을 자랑으로 꼽는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장학생으로 선발, 배움의 기회를 얻었던 졸업생들 중에서 뉴욕 필하모닉에 2명이 입단하고 세계적인 경연대회서 우승자들이 배출된 것을 보람으로 여긴다.
그는 “항상 좋아하는 음악을 가까이하니 행복하다. 지금 제가 하는 것은 5세 때 꿈이었고 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제 꿈을 이루기 위해 평생 노력하는 것이다. 행복이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누구보다 행복한사람”이라며 함빡 웃음을 짓는다.
‘영원한 한인회관 지킴이…’
그가 뉴욕한인회와 인연을 맺는 것은 제32대 후반기 이사장을 맡으면서다. 지인의 권유로 한인회에서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섰다. 하지만 실망 그 자체였다. 이사들 참여는 미흡했다. 회장중심 운영에 회계와 감사는 주먹구구식. 한인회관 융자신청도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다. 결국 60여만 달러의 대출금은 이사회 동의나 보고 없이 유용됐다. 그런 상황에서 회장이 바뀌었다. 그는 회계의혹 조사 마무리를 못했기에 신임회장의 이사장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것은 ‘후회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책위를 구성 철저한 조사를 했다. 한인회의 재정투명성을 꼭 이루고자 하는 의지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현 회장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내세웠다. 이사회마저 해체했다. 그동안 조사내용을 언론에 공고한 이유다. 회계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채 한인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2014년 뉴욕한인회장 선거에 자의반타의반으로 출마결심을 했다. 전직회장들에게 한인회관 매각과 장기리스 의혹 저지에 나서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래서 ‘한인회관을 지켜야한다’는 사명감에 선거에 나섰다. 그 후 부정선거 법정소송으로 ‘반쪽회장’을 1년여 동안 했다. 지난 2월 법정판결로 정식회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한인회관 99년 장기리스가 사실로 드러났다. 재산세 미납으로 한인회관도 빼앗길 처지였다.
그는 현재 전직회장의 공금유용에 대해 수사기관에 의뢰 법대로 처리 중이다. 한인회관 살리기 성금모금 캠페인에도 전력하고 있다. 그는 “한 두 사람의 거액기부도 중요하지만 많은 한인들이 관심과 정성으로 한인회를 지키는 것이 정석”이라고 강조한다. 한인회관은 50만 한인들의 집이자 재산인 만큼 재산에 권리가 있다면 거기에 따르는 의무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전 회장의 밀린 세금, 장기리스한 회사로부터 계약 백지화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향후 계획은 선거공약인 한인이민사박물관 건립과 한인정치력 신장을 위해 전력할 예정이다. 한인회장이라면 가장 중요한 자세가 “회장으로서 한 공약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지도자로서 한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함‘을 기본 원칙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가진 능력보다 120%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회장, 책임감과 깨끗한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그는 ‘소신을 갖고 투쟁하여 회관을 지킨 회장’, ‘선거부정을 바로 잡아 한인사회의 질서를 잡은 회장’ 등을 자부심과 보람으로 여기며 언제나 한인회를 멋있는 기구로 탈바꿈 해놓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는 법정소송 예방책으로 한인회장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의 기능과 권한강화를 제시한다. 새로운 개혁은 현재 회칙개정위원회가 준비하고 있지만 아무리 좋은 법제를 만들어도 한인사회가 무관심하면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또 한인회에 들어와 난장판을 만들게 되고, 법정소송은 또 어떤 이유로도 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한인들이 관심을 갖고 지키는 것이 최선의 예방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직접선거는 관심도가 높지만 막대한 선거비용부담으로 능력 있는 지도자들의 출마를 가로막는 단점이 있다며 각 지역 한인회장이나 한인 주요 인사들을 임기가 각기 다른 이사로 영입, 그들로 하여금 간접선거를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시한다.
그는 뉴욕한인회관은 50만 한인들의 집과 같은 곳으로 한인들에게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세계 정치, 경제, 사회의 중심지인 맨하탄에 위치한 뉴욕한인회는 우리의 다음 세대의 주류사회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중요한 자리를 선점하고 있는 만큼 지금보다 가치를 높이는 데 진력하여 그를 토대로 한인밀집지역에 제2, 제3의 한인회관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일련의 사태로 어렵고 힘들지만 격려하는 한인들이 있기에 남은 임기동안 더욱 열심히 뛸 수 있다며 한인들의 사랑과 관심만 있으면 ‘영원한 한인회관 지킴이’뿐만 아니라 어떤 일도 못할 것이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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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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