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스트랜드(1934-2014)
▶ 임혜신 옮김
달, 그리고 구름의 원광이 비추던 곳
부서진 부두의 굽은 등걸은 허공에 떠 있고
바다는 얼룩진 은빛 외투를 입고 있었지
고요한 검은 소나무들,
썰물이면 부두 아래로
썩어가는 생선 냄새를 실어오던 싸늘한 공기,
달빛이
습지와 고사리 덤불 위로
은빛 옷들을 벗어던지던 그런 밤이면
나는 달빛의 청청한 눈빛 아래
옹기종기 모인 작은 오두막에서
물가를 따란 난 작은 길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지.
그때 나는 진정 알지 못했네.
너무 늦어 돌이킬 수 없게 된 어느 날
아프도록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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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어떤 순간들은 아마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지 모른다. 썩어가는 생선냄새와 달무리가 초현실적으로 어우러져있던 어느 포구에서의 밤들을 기억하는 시인. 그때 그는 아마 모든 청년들처럼 미래를 향한 불안과 열망, 설렘과 자만으로 가득해 있었으리라. 시간은 흘렀고 그는 돌아갈 수가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이 시간들을 통해 시인이 보여 주는 것은 생의 아픔이 아니라 아름다움이다. 뼈아픈 그리움 속에 숨어 빛나는 생의 찬가, 바로 그것이 이 시의 메시지인 것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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