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우리 한인들은 “인종(race)”, “인종차별” 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쓴다.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우리들에게는 인종이라는 말이 생소했다. 미국에 와서 살아오면서 가끔 법적 문서나 설문지의 “백인”, “흑인”, “아시아인” 등 “인종”란에 표기를 하면서 우리가 “유색인종”이라는 데에 익숙해졌다.
어렸을 적에는 “한민족”이란 말이 우리 핏줄을 대변한다고 배웠는데, 그것은 기원전 고조선을 멸망시킨 한나라 때부터 최근까지 지속되어 온 중국의 성가신 정치 간섭과 갈등, 그리고 일본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한민족”의 단합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세계화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이주하여, 한인들과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다문화 사회, 다인종 가정이라는 말들이 일상용어가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인종”이라는 말은, 유럽인들 (백인)이 자신들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그것을 정당화 하기위해 만들어 낸 말일 뿐이다. 피부색깔에 따라 백인, 흑인, 유색, 황인종으로 분류하는 이 “인종”이라는 개념은 생물학적이나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없는 말이다.
미 원주민(인디언)들의 나라에 침입하여 그들을 학살하고 땅을 빼앗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강제로 납치해 온 원주민들을 노예로 삼아 그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소수 민족이었던 백인들은 재산을 늘리고 힘을 키우며 새 나라, 미국을 세웠다. ‘인종차별제도’를 만든 미국인들은 그 제도로 오랫동안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미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한국인을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민들이 미국이민을 꿈꾸었으나, 백인들은 미 원주민과 흑인만을 차별한 것이 아니라 동양인들도 “유색인종”으로 차별하여 이민을 금지했다. 1860년대에 대륙횡단 철도 노동력을 얻기 위해 중국인들의 이민을 잠시 허락했었으나, “황화 (Yellow Peril)” 즉, 황색인종이 서양문화(백인종)를 압도한다는 공포심으로 중국인들을 차별하여 같은 화장실과 공공장소의 식수대를 사용할 수 없게 하였다.
1965년에 비로서 개정된 법에 의하여 동양인들의 이민이 가능해져 이민 온 동양인들도 인종차별제도에 익숙해져서 그 법들이 타당한 것처럼 받아드리며 살아왔다.
지난 200년의 미국역사 속에서 익숙하게 쓰여진 “인종”이라는 말, 그 잘못된 개념을 타파하고, 피부색깔에 관계없는 동등한 대우를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과 인내함이 필요하다.
1968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인도한 비폭력 “시민 평등권 운동(Civil Rights Movement)”을 계기로 개개인들의 흑인 차별과 편견이 많이 완화되기는 했으나 아직도 그들은 가난에 찌들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깨어진 가정에서 자라 교육을 받지 못해 취직이 어려워 범죄에 쉽게 가담한 흑인들이 백인 경찰의 편견과 오해로 목숨을 잃는 사건들을 자주 목격한다.
처참한 인종차별을 받은 흑인들과 중국인들의 아픔의 역사가 있어 50년 된 한인들의 이민생활은 훨씬 수월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미 감리교회 여선교회에서는 감리교회의 원칙정신인 ‘사회정의’에 관심을 갖고 여러 분야에서 도전과 어려움을 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데 “인종정의”가 그 정책 중의 하나이다. 올해부터 “인종정의헌장” 위원회에서 섬기게 되어 열심히 배우고, 배운 것을 나누어 사회정의가 이루어지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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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실 미 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헌장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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