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유머의 마지막 구절처럼
누구나 아는 그 답은, “조심스럽게‘라는 것이지요.
펭귄을 속속들이 깨끗이 닦기 위해서는 먼저
두 날개를 몸에 붙이고 주둥이를 피해
잘 잡아야 합니다.(다시 말하지만 조심스럽게)
그러려면 펭귄의 뒤에서 몸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다음은 논리에 어긋나겠지만
두껍게 묻은 석유를 없애기 위해선,
더 많은 오일을(식용유가 최고입니다) 발라야 한다는 거죠.
깃털 속까지 (조심스럽게) 오일을 바르고
그리고 남은 것은 퐁퐁이 비누로
네 번, 다섯 번, 어쩌면 여섯 번 정도 닦아줍니다.
조심스럽게 (역시) 눈과 입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깃털자체의 오일을 제거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펭귄은 부력을 잃고 돌처럼 가라앉게 되죠.
마지막으로 깨끗한 큰 물통에서 씻어주면 됩니다.
펭귄이 알아서 스스로 치장을 하고 겨우 겨우 남은
작은 자존심을 되찾게 하면 되죠.
감사하다는 인사는 기대하지 마세요.
그들은 여전히 물고 할퀴고 할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운이 좋다면 펭귄은 살아날 지도 모르죠.
그게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전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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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되어가는 생태계에 대한 시이지만 시사적 쟁점을 거론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너무나 자명하여 말할 필요조차 없는지 모른다. 다만 석유가 잔뜩 묻은 새를 어떻게 닦는 지를 보여줄 뿐이다. 시 속에 ’조심스럽게‘라는 말은 몇 번이나 반복된다. 위험에 처한 작은 생명을 향한 손길이 따스하고 침착하다. 미안한 마음, 화나는 마음, 두려운 마음, 모두 뒤로 하고 정성으로 새를 닦아주는 모습이 어떤 선동적 기사보다도 깊이 환경에 대해 생각게 한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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