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명품가방에 고급 레스토랑 인증샷
친구들“부럽다~”현실-가상 헷갈려
빌딩숲이 내려다 보이는 호텔에서 일어나 룸서비스로 아침식사를 하는 인증샷을 자신의 소셜네트웍 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인 황모(28)씨. 다음 날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다시 다운타운이 한눈에 보이는 다른 호텔 수영장에서 고가의 탄산수와 칵테일을 들고 있는 또 다른 사진이 올라온다.
황씨가 포스팅한 사진들만 보면 온라인상에서 그의 계정을 팔로우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사실 그는 월 1,200달러 아파트를 렌트해 거주하다 최근 숙박업소를 전전긍긍하며 뚜벅이 신세로 지내고 있는 평범한 세입자일 뿐이다.
수천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또 다른 한인 서모(22•여)씨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페북 허세녀’로 통한다. 서씨가 매일 다른 고가의 명품가방을 바꿔가며 어깨에 두르고 활짝 웃는 사진과 유명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는 사진을 올리면 ‘좋아요’와 ‘가방 브랜드와 레스토랑 위치’를 묻는 댓글이 수십 개가 달리는 등 시기어린 찬사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 서씨는 북유럽 여행 중이라며 자신의 SNS에 음식 사진을 여러 장 올렸으나 바로 3시간 뒤 학교와 30분 거리의 햄버거 집에서 친구들과 마주쳤다.
서씨의 친구들은 “기가 막히더군요. 몇 시간 전에 페북 메신저로 ‘여기가 어디다’ ‘넌 행운아다’는 대화를 나눴는데, 마주친 곳이 햄버거 가게라니. 배신감도 들고 한편으로 가엾기도 하고 왜 꼭 이렇게 해야 했는지 만감이 교차하더라”고 씁쓸해 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및 SNS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처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고가의 명품 차량과 시계, 음식, 휴양지 등의 사진을 올리며 재력과 능력을 과시하는 ‘온라인 허세 중독증’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 허세가 가득한 사진을 올리는 대부분의 경우 현실과 정반대의 생활을 하거나 과다하게 연출된 것으로 SNS상에 보이는 일시적인 가짜 인생들을 실제라고 착각하는 한인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기관들에 따르면 SNS 계정을 통해 남들에게 더 인정받고 싶고 관심을 받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사진들이 점차 늘어날수록 현실과 온라인 속에서 괴리감이 더 커져 결국, 대인 기피증이나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러한 SNS 허세신드롬은 자가 판단이 어렵고 마약이나 도박 등 일반 중독처럼 외부에서 규제가 가해지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정상담기관의 한 관계자는 “SNS는 원래 원거리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안부를 묻는 온라인 사랑방이나 소통의 창구기능을 담당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랑과 허세를 위한 가상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에 짓눌린 현대인들이 SNS에서는 타인보다 우월한 자신의 ‘해방구’로 생각해 실제와 가상을 혼돈하거나 동일시하는 일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SNS 허세 증후군을 피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사람과 접촉을 하거나 운동과 같은 야외활동을 통한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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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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