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도에는 바닷물의 높이가 6피트, 즉 2미터가 올라간다는 뉴스에 우선 나이 계산을 했다. 우리는 물론이고 우리 애들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다가 ‘내 아이들은 자기 아이들 걱정을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이 일이 내 일로 다가왔다.
남극에 있는 멕시코만한 면적의 어름판자가 녹기 시작할 때까지는 수백 년이 걸린다는 3년 전 예측이, 고도의 컴퓨터 기술로 다시 측정해보니 기간이 반으로 당겨진다는 것이다. 그린하우스 개스 현상이 지금처럼 계속될 경우 2500년에는 바다의 높이가 15미터까지도 올라간다. 과연 그 때는 지구가 지금처럼 동그란 모습으로 존재할지도 의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진리가 뒤죽박죽이 될 것 같다.
보통 ‘산호색’이라고 부르는 옅은 주홍 색깔조차도 그 이름을 바꿀 수밖에 없다. 바다를 덮고 있는 산호초(Coral Reef)가 지구 온난화로 바다 속 산호의 색을 탈색시킨다고 한다. 이제는 선홍색 산호보다 흰색 산호가 더 많아진 것이다. 엘니뇨현상으로 산호초가 변질되고 그러면 물고기 등 바다 속 생물이 살수 없게 되며 따라서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닥치는 재난을 과학자들이 잘 알아서 막아주겠지 하던 안일한 생각을 바꾼다. 내 손자 손녀가 겪어 내야 할 일이라면 피켓 들고 나선 운동가들만을 믿고 있을 수가 없다. 더구나 얼마 전 파리에서 열렸던 ‘세계 기후협상’ 조차 아직 지구 온난화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말았다.
지구가 정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을 누렇게 변해버린 개나리꽃을 보며 실감을 한다. 2월에 미국에 온 나는 봄이 시작되자 마치 전등불을 킨 듯 노란색으로 온 동네를 밝히던 개나리 담장에서 미국적인 분위기를 느꼈었다. 이어서 마치 거대한 꽃 발 같은 온갖 꽃나무들에서 매년 봄의 아름다움을 풍성하게 즐기며 살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갑자기 내렸던 눈과 영하의 기온으로 올 봄의 풍경은 다르다. 겨우 움텄던 마당의 히야신스를 바라보며 날씨가 ‘잔인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날씨를 잔인하게 만든 것이 바로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기상 변화’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인지 ‘지구 온난화’라던가 ‘이상기온’이라는 말에 무덤덤했다. ‘환경보호’ 이슈도 팻말을 들고 나서는 사람들 만의 일인 양, 일상생활에서 일일이 신경을 쓰지 못한다. 그러나 미처 피어내지 못하고 얼었던 꽃송이를 들여다보면서는 지구가 겪는 재난이 피부로 전해왔다.
내 아이의 아이를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매일매일 재활용에 신경 쓰면서 매사에 조금 불편하게 살자. 할일이 많아진다. 스티로폼 컵을 쓰는 카페는 가지 말 것, H 마트에서 물건 담을 때 플라스틱 봉지 개수를 줄이도록 할 것…… 단단히 다짐을 한다.
<
노려 웨체스터 지국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