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그들이 들이닥쳐
울부짖는 서정을 끌고
밤안개 술렁이는
벌판으로 갔다
그들은 다짜고짜 그에게
시의 구덩이를 파라고 했다
멀리서 사나운 개들이
퉁구스어로 짖어대는 국경의 밤이었다
전에도 그는 국경을 넘다
밀입국자로 잡힌 적 있었다
처형을 기다리며
흰 바람벽에 세워져 있는 걸 보고
이게 서정의 끝이라 생각했는데
용케도 그는 아직 살아 있었다
이번에는 아예 파묻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나무 속에서도
벽 너머에서도
감자자루 속에서도 죽지 않고
이곳으로 넘어와
끊임없이 초록으로 중얼거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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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명의 순간에 깨어나는 무엇이 있다. 한계, 그것을 넘어가면 열리는 세상은 거저 오지 않는다. 체포된 밀입국자처럼, 무시시한 밤에 처형되는 그처럼, 사선을 넘어가야만 살아남는 것들이있다. 그것을 우리는 새 것이라 부른다. 새 싹, 새삶. 나무속에서도, 벽 속에서도, 감자자루 속에서도 생명의 마지막 언어를 그것들은 중얼거린다.
씨앗들은 정착하지 못하는 인간의 서정처럼 연약하고 또 질기다. 신생, 그 낯선 익숙함으로 어둔 들판에 봄이 다시 무르익는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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