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연 ‘바다 중의 바다’
오늘밤도 창을 열고 내려다본다
요람에 안긴 별들처럼 아늑하게 반짝이는
언덕 아래 저, 알렉산드리아
얕은 잠을 깨어나 술렁거린다
모퉁이를 돌아가는 부두 젊은이들의 취한 듯한 젖은 목소리
어느 지붕 위에선가 들려오는 트럼펫 소리
짙푸른 하늘로 떨리면서 번져나는 아득한 저 빛깔들
항구는 달콤하게 칭얼거린다 바다로 하늘로 팔을 벌리고
먼 바다의 파도 소리 엿듣고 있다
언덕 위에 조금 열린 다락방의 들창도
가만가만 귀를 세워 함께 듣는다
아침이면 부두에서 빳빳하게 돛을 세운 하얀 배들을
먼먼 바다로 밀어보낸다
다락방의 은자도 편지를 접어 언덕 아래 항구로 날려보낸다
지중해 바다 멀리, 내륙 마을 깊숙이 모두 바라보이는
여기 이 언덕
태초부터 내가 살고 있노라고
사라진 옛 등대의 눈빛도 아직 여기 더 생생히
반짝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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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지중해의 항구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오래된 저녁이라고 이름지어진 이 정경은 기억으로부터 찾아오는 것이어도 좋고 상상의 세상이어도 좋겠다. 하늘과 등대, 젊은이들의목소리, 다락방과 들창이 어우러진 이 환몽의 정경 속에 서면 그 누가 시인이 아니 될까. 부두의 바람과 더불어 수런거리는 불면의 영혼들. 대체 그 누가 놓고 간 밤이 이토록 감미롭게 빛나는 것인가.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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