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숙 ‘어느 여름 날’
과수원에 부는 바람은 늙은
노인이네; 나무들은
그의 장갑 속에 한 백년
안긴 채 부드러웠네.
또 다시 4월이 되고
노인은 아직도 젊은 줄만 아네.
수염에서 죽은 잎들을
빗질해 내리고; 향수를 몸에 뿌리네.
늦은 오후에
시내를 향해 외출을 하면 벌들을 몰고
아침이나 되어야 돌아오네
정오쯤 되어 길게 자란
풀밭을 바라다보면 우리는 아네
그 노인 그때까지도잠 속에 빠져 뒹굴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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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과수밭에 봄바람이 불어온다. 다투어 피어나는사과꽃들, 들판 가득 훈훈한 향기를 풍긴다. 햇살이 따스해지는 정오쯤이면 풀잎들 듬쑥 자라나고 꽃가지 사이로 벌들이 윙윙거리는 과수밭 풍경에서 시인은 한 천년쯤 멋지게 늙으신 풍류객을 본다. 향수를 두르고 밤새노니시다가 아침에나 돌아오시는 노인의 품에서 깨어나는 대지는 풍요롭다. 꽃 피고 벌 날아드니 머지않아 달콤한 사과알들 열리겠다.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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