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성 ‘라이브’
어렸을 적에 아버지께서
친구들과 함께 타르페이퍼로 만든
오두막에 기대어
담배를 말아 피는 것을 바라보곤 했었지.
밀집으로 만든 누런 종이를 손에 들고
자동차와 연장, 그리고 직장에 관해 그들은
이야기 하곤 했지. 모두가 실직을 했었으니까.
빠른 손놀림, 핥아 붙이기,
돌리기, 손톱 끝에 번쩍이던 성냥불꽃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작업복과
연장주머니가 갖고 싶었었지
전쟁, 그리고 전후
직업과 돈이 생기기 시작하고 아버지도
교외의 커다란 집에서 살게 되었으니.
30년대 이후에도
가난한 사람은 나 뿐.
하지만 오두막집 창가에 앉아
갈색 담배종이에 담배를 말아 피우니
나쁘지 않은 걸.
Gary Snyder(1930- ) ‘권련 만들기’ 임혜신 옮김
환경운동가이며 자연주의자인 게리 슈나이더 가 회상하는 40년대 사회상은 가난하지만 인 간적이다. 시인의 눈으로 보는 역사는 황금과 권력의 역사가 아니라 인간 마음, 영혼, 감성의 역사이다. 그런 역사는 진보하지 않고 진보를 꿈꾸지도 않는다. 오두막집에 앉아 담배를 말 아 피우는 시인 자신의 모습이 서글프지 않은 것처럼 쓸데가 없어진 연장주머니를 차고 앞 날을 걱정하던 전후세대의 삶 또한 비참하지 않았다. 최소한 그들에게는 함께 나눌 이웃이 있었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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