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일 ‘극복’
할머니께서는 내 입을
비누로 닦아내셨다; 거의 반세기 전에.
지금도 할머니는 두껍고 독한
노란 비누를 들고 다가오시고는 한다.
내가 한 말 때문에
아니 말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누군가를 따라했을 뿐인데
“입 벌리거라, 어서” 하시며 할머니는
내 입 속으로 큰 손을 집어넣으셨다.
할머니의 삶은 힘들었다
딸 셋을 아기일 때 잃었고 남편도 먼저 떠났다
어린 아이들과 가난
화장실이 없었기 때문에 싱크에서 오줌을 눠야했다.
하지만 할머니의 비누! 타는 듯이 고통스럽던
그 비누가 나를 시인으로 만든 게 아닌가?
비포장도로에 서 있던 방 두 개짜리 아파트
그것이 할머니의 집이었고 그 더러운 부엌에서
할머니는 나를 쫒아와 잡으셨다
그 일 이후 다시는 할머니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고
내가 지금 감히 고백을 하는 것인가? 아니다.
할머니는 백 살을 살고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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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를 넣어 입을 씻어내게 하는 것은 나쁜 말을 하거나 거짓말을 했을 때 하는 처벌의 하나이다. 역한 비누냄새의 기억 때문에 다시는 그 짓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화를 밖으로 내뱉어 세상을 더럽히지 말라는 할머니의 훈계는 평범한 시인을 진정한 시인으로 만들었다. 사는 게 어렵고 힘들 때, 우리보다 몇 배 어려운 삶을 살면서도 바르게 사는 법을 잊지 않으셨던 어르신들을 기억할 일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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