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들“비기독교인에 대한 차별”
▶ 최근 민감한 이슈 되자 사용 고민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할러데이스?”
뉴저지 잉글우드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33•여)씨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몇년 전 구입한 현관 장식용 발판에 쓰여 있는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문구 때문이다. 매년 날씨가 쌀쌀해지면 별문제 없이 이를 이용했지만, 최근 몇년 사이 유대인을 포함한 비 기독교 사람들에게 일종의 차별, 혹은 모욕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메리 크리스마스’와 엮이는 게 꺼려진 것이다. 결국 김씨는 인근 상점에서 ‘해피 할러데이스(Happy Holidays)’라고 써진 새 발판을 구입했다.
이처럼 최근들어 크리스마스가 미국 내에서 점점 ‘민감한’ 이슈가 돼 버리면서, 한인사회도 ‘크리스마스’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영어가 부족하고, 미국 문화의 흐름과 변화에 한 발 느릴 수밖에 없는 한인 이민자들은 크리스마스 논란에서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많다고 고백한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문제가 불거진 건 10여년 전부터. 비 기독교 신자들에게 예수의 탄생을 환영하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차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기독교 신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최근 한 백인남성은 겨울시즌용 컵에 크리스마스 관련 디자인을 빼버린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향해 ‘(당신들은) 예수를 싫어한다’는 비난성 동영상을 게시해 사회적으로 찬반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한인들이나, 자녀를 교육시켜야 하는 한인 부모들은 때때로 고민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자제하면 된다고만 생각했던 한인들은 최근 생각보다 많은 영어권 비한인들이 여전히 ‘메리 크리스마스’를 사용한다는 사실에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지난해 뉴저지로 이민 온 한 한인주부는 아직 미국문화에 익숙지 않은 자녀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금기어로 알려줬지만, 얼마 후 이웃 백인여성이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을 건네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는 웃지 못 할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종교 전문가들은 ‘크리스마스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요즘 상황에서 ‘지혜로운 대처’를 주문한다.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사용하느냐, 안 하느냐 문제로 괜한 종교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는 만큼 그때그때 유연한 상황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종교문제 칼럼니스트는 최근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상대방이 기독교 신자라면 ‘메리 크리스마스’를, 유대인이라면 ‘해피 하누카’ 그리고 상대의 종교를 모르면 ‘해피 할러데이스’라고 말하라”고 권고했다.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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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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