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남가주한인들이 단골로 안내하는 곳이 있다. 디즈니랜드, 씨 월드 그리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지금은한국에도 볼거리, 놀거리가 많지만 과거 그렇지 못한 시절에는이들 놀이공원이 필수 관광코스였다. 어린이들이 동행했을 때는물론 어른들끼리도 이들 공원을찾았다.
디즈니랜드는 디즈니랜드대로, 유니버설스튜디오는 또 그 나름대로 각기 특성이있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은 샌디에고의 씨 월드였다. 그냥 바라만 봐도 신기한 범고래, 돌고래, 물개 등 바다의 동물들이 온갖 묘기를 펼치는 광경 앞에서 사람들은 입을다물지 못했다.
거대한 범고래가 조련사들의 손짓에 공중으로 높이 치솟아 오르고, 장난기 넘치게 물장구를 쳐서사람들에게 물벼락을 안기는 등의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재미를 넘어 고래와 조련사 간의 소통이 가슴 저릿한 감동을 주곤 했다.
여름방학이 되면 남가주의 부모들이 으레 자녀들을 데리고 씨 월드로 향했던 것도 이런 재미, 이런감동 때문이었다.
사람과 동물 간의 아름다운 소통으로 인식되었던 씨 월드의 쇼들이 이제는 정반대의 이미지로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있다. 광활한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치며 살아야 할 범고래나 돌고래를 콘크리트 수족관에 가두고 그 안에서번식하게 만들고, 특정한 동작들을 익히도록 훈련시켜 서커스를하게 만드는 전 과정이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다.
이런 주장이 제기된 지는 오래 되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과거에는 동물권리 옹호가들에 한정 되었던 것이 지금은 일반인들의 보편적 인식으로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1970년대 1호 범고래 ‘샤무’를 주인공으로 쇼를 시작한 후 수십년 승승장구하던 씨월드는 입장객이 줄고 주가가 떨어지는 현실 앞에서 마침내 ‘변화’를 선언했다. 씨 월드의 상징이었던 ‘샤무 쇼’를 내년으로 끝내고, 2017년부터는보다 자연에 가까운환경에서 고래들을 살게 하며 인위적 쇼가아닌 야생 습성들을관찰하는 체험의 장으로 프로그램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방문객이 넘쳐 기세등등하던 씨 월드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가한 것은 지난2010년 조련사 피살 사건이었다.
올랜도의 씨 월드에서 16년 베테랑 조련사가 자신이 훈련시킨 범고래의 공격으로 처참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 조련사와 14년을같이 지낸 범고래가 그날 왜 갑자기 그를 공격했는 지 진상은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계기로 수족관에 갇힌 고래들의비극을 그린 다큐멘터리 ‘블랙피시’가 2013년 나오면서 씨 월드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 바뀌기시작했다. 더 이상은 옛날 방식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는 자각을 씨 월드 측이 하게되었다.
9일 씨 월드가 발표한 개선책에대한 반응은 두 가지다. 첫째는 환영, 둘째는 ‘아직 멀었다’는 것. 고래를 수족관에 가둬두는 한 아무리 상황을 개선한다 해도 여전히‘학대’라는 주장이다. 씨 월드가수족관의 고래들을 완전히 내보낼가능성은 아직 없다. 하지만 일단내년이면 서커스하는 샤무는 사라진다. 아듀, 샤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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