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도 100년만의 가뭄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요즘 한국 사정도 만만치 않다. 전국적으로는 예년 강우량의 60% 정도 비가 내렸지만 경기 서울은 45%, 강원 51%, 충남 52%에 불과하다. 길거리의 가로수나 산 속의 나무들까지 바싹 말라 있고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낸 곳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렇게까지 비가 오지 않은 것은 42년만에 처음이라 한다.
충남의 주요 상수원인 보령 댐 수위가 사상 최저 수준에 육박하자 국토 교통부는 드디어 충남 서해안 8개 시 군에서 자율적으로 물 사용량을 20%까지 줄이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 강제 절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현재도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한데다 앞으로도 비가 많이 올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뭄이 심해지면서 그 동안 찬밥 신세이던 사업이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 바로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된 4대강 사업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22조를 투입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 강에 보를 설치해 저수량을 늘리고 하천 주변에 자전거 길 등을 신설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던 이 계획은 “사실상 대운하 사업을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며 “환경 파괴” 행위라는 등 비난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준공된 보에 파란 녹조가 끼고 물벌레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4대강 사업은 ‘녹조 라테’라는 조롱과 함께 환경 파괴와 정부 재정 낭비의 표본처럼 인식돼 왔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워낙 거세 이렇게 비축한 물을 실생활에 활용하는데 필요한 지류, 지천과 보를 연결하는 사업은 손도 대지 못했다.
그러나 가뭄이 날로 기세를 더해 가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정부 여당과 청와대는 하루 속히 예산을 편성, 올해 말부터 연결 사업을 시작해 내년 초에는 농업용수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고 야당도 아직까지는 별 반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만약 반대했다 내년 가뭄이 더 악화돼 벼가 타 들어 가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가뭄이 얼마나 더 지속될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일부에서는 올 가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장기적인 기후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난 수 년 간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실정으로 비난 받아온 4대강 사업이 앞을 내다 본 현명한 정책으로 평가 받는 날이 오지 말란 법도 없게 생겼다.
1968년 2월 박정희가 경부 고속도로 건설을 밀어붙이자 야당은 물론 일부 시민단체와 교수들은 아직 시기상조이고 예산 낭비며 이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국민 사이에 위화감만 조장될 것이라며 이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이제와 한국의 산업화가 경부 고속도로 없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돌이켜 보면 88올림픽도 마찬가지였다. 12.12와 5.18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 추진하기는 했지만 이는 아시아 변방의 변두리 국가쯤으로 알려져 있던 한국의 힘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역시 야당과 재야 세력은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순간부터 국가 재정을 파탄 낼 것이라며 개최에 반대했다. 정부가 항상 잘못이고 재야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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