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유학생은 일종의 4차원을 경험한 줄 알았다. 말이 좋아 4차원이지 사실은 자신의 머리가 이상해진 줄 알았다.
8월 중순 미국에 도착하고 한주 후부터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안 들리는 영어 듣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며 강의를 듣고 나면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각 과목마다 읽어야할 과제, 써내야할 과제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 학위는 고사하고 당장 한 학기를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이었다. 책상에서 공부를 하다가 새벽 2시가 될 무렵 깜빡 졸았는데 눈을 떠보니 1시가 좀 지난 것이었다. 분명 한 시간 전에 1시였는데 어떻게 다시 1시가 된 것인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랩탑이며 셀폰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시간은 분명 1시였다.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 싶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마이크로웨이브의 시간이었다. 그 시계는 2시 … 그때서야 서머타임 해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인들이 미국에 처음 오면 일광절약시간제(DST) 때문에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있다. 지금은 컴퓨터나 셀폰의 시간이 자동으로 바뀌어서 덜 하지만 과거 모든 시계를 손으로 바꿔야 하던 시절에는 봄이나 가을이면 태연하게 한 시간을 늦거나 일찍 가서 낭패를 보거나 머쓱해지는 경우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예배시간.
습관적으로 예배에 늦는 교인이 1년에 한번 늦지 않는 날이 있다면 바로 지난 일요일이었을 것이다. DST가 해제되는 이날, 시간이 늦춰진 줄 모르고 평소대로 교회에 갔다면 아무도 없는 교회당에 일찌감치 들어가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일광 절약’이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사람은 벤자민 프랭클린이었다. 주 프랑스 대사로 파리에 머물던 1784년 그는 ‘경제적 프로젝트’라는 에세이를 통해 해가 일찍 뜨는 여름에 일찍 일어나서 활동하면 어두워진 후 쓰는 양초나 등유를 아낄 수 있다는 발상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는 시간을 바꾸자는 제안을 하지는 않았다. 1,2차 세계 대전 때 도입되었던 DST는 이후 지역별로 들쭉날쭉 채택되다가 1966년 미 전국적으로 통일되었다. 그렇게 시행된 지 50년이 되었지만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은 여전하다.
표준시가 한 시간 앞당겨지는 봄에는 수면부족으로 사고가 많아지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 본래 시간으로 돌아가는 가을에는 퇴근길이 너무 캄캄해서 사고위험이 높아진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해마다 두 차례씩 시간을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 생체리듬을 가해지는 부담, 국제무대에서 초래되는 혼란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시행할 만큼 에너지 절약효과가 있느냐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는 여름과 겨울의 등교시간을 바꾼 적이 있었다. 일찍 해가 뜨는 여름에는 등교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다. 표준시를 바꾸는 대신 등교/출근 시간을 조정하면 간단하게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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