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자 ‘구의 음악’
남부적 취향, 우산들: 둘,
주급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은행에는
8달러 밖에 없었고 비는 내린다고 했지. 허리케인의 끝자락
쿠바를 휩쓸고 플로리다에 입을 맞추고
필라델피아에 떨어진 잿빛 하늘이
엉덩이를 며칠씩 들이대고 있던 때,
나는 쓰레기 봉지를 터번스타일로 두르고
고급 식당들이 즐비한 월넛가를
우아하게 걸었지. 빗속에서
촬영을 하는 40년대 은막의 스타라도 된 것처럼.
그 다음 주, 주급을 받자마자 스테이크와
로세, 프랑스산 발음도 하기 어려운
혀에 살살 감겨오는
그것에 70불을 써버렸지.
그리고 해가 나타났지.
나는 비를 잊었고
내 목을 가득 채워오던 달콤하던 위스키를
잃었네.
/ Sarah Preligh ‘내가 잃은 것’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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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이 지나가는 우울한 도시를 배경으로 무절제했던 시절을 회고하며 화자는 잃어버린 그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주급에서 주급으로 살아가는 이가 주급을 타자마자 거금을 한 끼에 써버렸으니 그 다음 이야기는 안 들어도 알겠다.
세월 따라 절제와 인내를 배우며 성숙해가지만 생각도 많고 근심도 많아진 우리들. 너나 할 것 없이 조금은 아나키스트 같았던 청춘의 한 때, 철없는 당당함이 추억 속에 아름답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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