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라이브’
가을 보름달 뜨면 친구여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보세
휘영청 쌓이는 달빛도 달빛이지만,
밤 기러기 찬 하늘에 걸리듯
한 개 섬이어서 외로운 우리 삶
강바닥 물살 지는 은모래 마냥
훤히 드러나게 가슴 펴고 앉아보세
그 자리, 햇콩 갈아 무쇠 솥에 끓여 만든
손두부 몇 모, 동동주 몇 잔이면
세상도 다 허심탄회해질 것이니,
토종 콩 같은 우리 우정
젓가락 부딪치며 낄낄거려나 보세
남보다 앞서겠다고, 잘 살아보겠다고
엎어지고 부딪치며 살아온 우리
가을볕에 콩껍질 터지듯
오늘은 파안대소, 시간을 잊어보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운 벗을 가진 사람
여보게 우리, 관중, 포숙도 부럽잖게
가을 보름달만큼만 굴러 가보
/배한봉(1962- )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전문
........................................................................................................................................................
사랑하는 벗들과 둘러앉아 파안대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이민자들뿐 아니라 모든 현대인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알 수도 없는 곳을 향해 다투어 오르기에 바쁜, 길 잃은 자들이다. 무쇠솥에 끓여낸 손두부 냄새, 달빛아래 빛나는 바람소리, 그리고 벗들의 웃음소리가 더욱 그리워지니 필시 가을인가보다.
<임혜신/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