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으로까지 비교됐다. 혹시나 하는 기대와 설렘은. 언론사들은 저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의 집에 아예 기자를 상주시킨다. 올해에는 기어이. 그러나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날 뿐이다.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시점이면 한국의 언론가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그 광풍의 노벨상 시즌이 또 돌아왔다. 올해 의학상은 말라리아·기생충 치료 약물개발에 기여한 3명의 연구자에게 돌아갔다는 발표를 시작으로.
그 명단에는 올해에도 또 빠지지 않고 일본인 이름이 들어 있다. 오무라 시토시 기타자토대학 명예교수다. 이로써 일본의 역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20명이 됐다.
축구 경기로 비교하면 ‘19 대 0’의 스코어다. 지난해 일본이 자연과학에서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을 때 나온 국내 언론의 자탄성의 지적이었다.
‘이제 일본쯤은…’ 얼마 전부터였나. 한국 사회에 이런 정서가 만연된 게.
올림픽 금메달 경쟁에서 5위를 차지했다. 일본을 저만치 따돌리고. 그 뿐인가. 삼성전자가 소니를 앞질렀다. 도요타의 아성도 머지않아 현대에 의해 무너질 것이다.
20-50 클럽이라고 했던가. 인구가 5000만이 넘으면서 소득 2만 달러 이상인 나라들. 그러니까 진정한 의미의 강대국 클럽을.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그 20-50 클럽회원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회원 수가 여섯 나라에 불과한 그 클럽에 대한민국도 합류했다.
그러니 이제는 우뚝 섰다는 자만 감이 팽배하면서 일본정도는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이다.
그 자만 감은 그러나 해마다 노벨상 시즌만 되면 여지없이 무너진다. 한 명도 없다. 선진강국의 대열에 올라섰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과학부문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한명도 배출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은 저개발 국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까지 일본은 자연과학 부문에서 1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세계 6위의 수상 강국인 셈. 올해에 또 의학상 수상자가 나왔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에서 일본과 한국과의 스코어 차이는 이제 20 대 0이 됐고 격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더 주목되는 것은 중국인 이름이 노벨의학상 공동수상자 명단에 오른 사실이다. 투유유 중국 중의연구원 종신연구원이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국가 리스트에 중국도 마침내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일본은 하는데, 아니 이제는 중국도 하는데 왜 한국은 못하나. 그 지적부터가 잘못 됐다는 것이 일부의 주장이다.
유력후보의 세계 수준의 과학자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과학자들이 장기적으로 연구에만 매달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지 못한다. 그게 한국의 풍토다. 노벨상 불모지가 되고 있는 원인을 여기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벨상 시즌. 그 광풍의 계절이 돌아오면 어쩐지 우울한 느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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