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국 ‘불편한 권위’
마냥 좋았네 나는
아들과 둘이 여덟 시간을 함께 대화하며
차를 달릴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학에 가 있던 4년 동안 우린
텍스트나 간간 했었을 뿐이었지.
드디어 온전한 문장으로
대화할 수 있겠구나 싶어
기꺼이 신용카드 긁고 몸소 운전하여
별 볼일 없는 물건들을
집으로 가져오기로 했다네. 그런데
델러웨어 어디쯤 달리고 있을 때,
싸이드 미러가 바람에 밀려 구부러지기 시작했고
밖을 볼 수 없었다네.
창문을 열어 조정을 해 보아도 별 수가 없었다네.
신발 끈으로 싸이드 미러를 안테나에 묶으면 될 것 같아
아들에게 신발 끈 좀 풀어달라 했더니, 아뿔싸
아드님이 물으셨네, 왜 내 신발이냐고 아빠 신발이 아니고.
그래, 좋은 질문이지,
우리가 대학교 사회학 강의실에서
논쟁을 하는 중이었더라면.
그런데 우린 짐차를 타고 I-95를
타고 달리고 있었거든. 싸이드 미러 하나와
주머니 속의 신용카드
든든한 아빠는 운전대를 잡고
혼자만이 들을 수 있는 옛 노래를
머릿속으로 부르며 운전대 위에서
손가락 리듬을 타고
라디오 볼륨을 점점 올리던 아들은
겨우 음악소리에서 깨어나,
말도 없이 엎드려 신발 끈을 풀고 있었지.
/ Paul Hostovsky ‘짐차’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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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 아들과 함께 장거리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부자의 모습이 이야기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아들과 별로 대화할 기회가 없었던 아버지는 ‘Quality Time’을 보낼 기대에 부풀지만 아들은 여전히 자신의 세계에 빠져있을 뿐이다. 돈도 내고 운전도 해주며 집으로 모셔오는데 아드님은 시끄러운 라디오 노래에 몰입해 있고 아버지는 머릿속으로만 옛 노래를 불러야한다. 설상가상, 누구의 신발 끈을 풀어야하는가를 묻는 철없는 아들. 어쩌겠는가, 요새 애들 바꿀 수 없다면 아버지들이여, 이 불공평한 거래 또한 즐겨야만 하리.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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