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경쟁에 나섰던 보스턴이 지난달 전격적으로 유치포기를 선언했다. 올림픽 유치에 따른 막다한 예산 부담과 적자 우려, 그리고 올림픽 준비와 대회 기긴 중 시민들이 겪어야할 불편 등을 들어 유치 반대운동을 벌여온 시민들에게 시정부가 굴복한 것이다.
보스턴의 올림픽 유치 포기를 이끈 것은 몇 명의 트위터 활동가들이었다. 이들은 교육과 주택, 교통 등 보스턴 시민들이 납세자로서 관심을 가질만한 이슈와 관련해 사실에 기반을 둔 정확한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올림픽 유치가 가져올 부담과 후유증을 시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시민들 사이에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보스턴 시장은 무리하게 올림픽 유치를 강행할 경우 돌아올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보스턴이 손을 들면서 자연히 미국 도시들 간 유치경쟁에서 보스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LA로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1984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어 유치신청을 한다면 해볼만 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보스턴 시민들이 우려한 문제들이 LA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1984년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당시 LA는 유일한 개최신청 도시가 되는 바람에 기존 시설들을 활용한다는 조건으로 손쉽게 유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당장 유치경쟁이 시작되면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있다. 또 스테이플스 센터나 메모리얼 콜로세움 같은 기존 시설들은 2024년이면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해진다.
최근 옥스퍼드 대학이 발표한 1960년부터 2012년까지 열린 17번의 올림픽에 대한 연구 결과는 올림픽 유치의 매력을 확 떨어뜨린다. 연구에 따르면 올림픽 개최도시들 가운데 당초 예산에 맞춰 대회를 치른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으며 비용은 당초 예산보다 평균 3배나 늘어났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과 2012년 소치 동계 올림픽 비용은 각각 400억달러와 510억달러를 웃돌았다.
그러면서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한 발 빼는 분위기다.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신청했던 도시들 가운데 오슬로, 스톡홀름, 뮌헨 등은 신청을 철회했으며 결국 중국과 카자흐만 남아 경쟁 한 끝에 중국 베이징으로 낙착됐다.
이런 분위기와 관련, 홀리크로스대 경제학자인 빅터 맨더스는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이대로라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주민들의 반발,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불화 때문에 도저히 올림픽을 유치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독재자들은 국민에게서 쥐어짠 돈으로 자국에서 대형 스포츠 행사를 열고 자화자찬할 것”이라며 “2028년 평양 올림픽은 어떻겠느냐”고 냉소적인 농담을 던졌다.
예산문제든 주민불편이든 이제 올림픽은 더 이상 무리해서 치를만한 이벤트가 아니다. 맨더스의 지적처럼 자신을 알리고 무언가 과시할 필요가 있는 나라와 도시들에게나 필요한 행사가 돼 버렸다. LA는 더 이상 과시해야 할 것도, 증명해야 할 것도 없는 도시다.
그러니 유치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그리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올림픽 유치 포기 후 보스턴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LA도 지금 이대로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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