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표시도 좋지만 일국의 국회의원들이 무릎 꿇고 큰 절을 하다니 …”
미국을 방문 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큰절’이 한인사회에서 말거리가 되고 있다. 방미 첫날인 지난 25일 김 대표는 워싱턴 DC의 더블 트리 호텔에서 6.25 참전용사들을 만났다.
400여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이 모인 만찬회장에서 김 대표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독립한 140여개국 중 선진국으로 진입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모든 것이 피를 흘려가며 대한민국을 지켜준 여러분의 은혜”라고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적당했을 텐데 김 대표는 한발을 더 나갔다.
“한국에는 존경하는 어른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표시로 큰절을 하는 관습이 있다”며 동행한 의원들을 무대로 불러 모아 단체로 큰절을 올렸다.
그 광경이 보도되자 한인들의 반응은 “왜 저렇게까지?”이다. 사석이라면 모를까 공식 외교행사자리에서 큰절이라니 “대국에 간 조선사절단이 떠오른다”며 낯뜨거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 대표의 큰절은 다음날에도 반복되었다.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은 그는 초대 미8군 사령관이었던 월튼 워커 장군 묘 앞에서 의원들과 함께 절을 했다. 그리고는 더러워진 묘비를 직접 손수건으로 닦으며 “장군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6.25 때 낙동강전선을 지켜낸 워커 장군을 ‘대한민국 최고의 영웅이자 은인’으로 기리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큰절이라니, 대한민국 제1당 대표로서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왜 이렇게 ‘오버’를 하는 걸까? 이번 방미가 단순히 정당 외교 차원이 아니라 차기 대권 후보로서의 이미지 구축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보 메시지를 부각시킴으로써 보수진영의 눈길을 잡아두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이 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역대 여권의 대권주자들이 대선 1~2년 전 미국을 방문해 자신의 존재감을 높인 전례들도 있다. 게다가 10명의 현직의원들, 36명의 취재진 등 수행단 규모가 당 대표 방문치고는 너무 거창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김 대표 측은 별명 ‘무대’ 대신 ‘MS’로 불리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성 대장’ 혹은 ‘김무성 원내대표’의 줄임말이라는 ‘무대’는 배포 크고 카리스마 넘치는 김 대표의 분위기와 잘 맞는다. 하지만 최근 부쩍 ‘MS’를 선호하는 것은 한국의 대표적 정치인들이 YS, DJ, MB 등의 이니셜로 불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1년 전 김 대표는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그는 할 말을 접는 모습을 보여왔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벌어진 청와대와의 대립이 대표적. 결국 김 대표는 청와대의 뜻을 따랐고 박근혜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회복했으며 “잘 다녀오시라”는 대통령의 덕담 속에 방미 길에 올랐다. ‘무대’의 목표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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