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 리 ‘천국과 지구사이’
눈발 사이로
행인들의 바지 가랑이 사이로
얼핏 땅바닥에 주저앉은 사람이 보였다.
행인들이 주춤거리다 미소를 지었다.
“1인당 100 투그릭”
노인이 체중계를 놓고 무게를 재고 있었다.
금발의 남녀가 번갈아 체중계를 오르내렸다.
임산부도 길거리 소년도
거짓말같이 몸무게가 같았다.
노인은 흐린 눈금판을 닦으며
눈발이 날리는 동안엔
모두 몸무게가 같다고 했다.
‘쎄임 쎄임’
모두들 눈발을 보며 폭소를 터뜨렸다.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 신대철(1945- ) ‘눈발산책’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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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좁은 골목, 함박눈이 내리는 시장에 한 노인이 체중계를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무게를 재주고 있다. 한 백 원쯤이나 받는 그의 체중계는 고장이 난 체중계이다. 알면서도 사람들은 체중계를 오르내린다. 노인의 말씀인즉, 눈발이 내리는 날에는 모두 몸무게가 같단다. 얼마나 엉뚱하고 시적인 발상인가. 눈이 내리는 울란바토르의 거리엔 평등의 신이 내려오셔서 체중조차 똑같은 백색의 평화를 만드시나보다. 재미있고 따스한 풍경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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