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5일간의 휴가를 가졌다. 휴가의 기간과 장소가 정해지는 순간부터, 휴가 내내 핸드폰 등 업무나 일상의 연장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뭐든 배제하고 온전한 쉼을 가져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몇 년만에 갖는 공식적인 휴가이니만큼 바쁜 중에도 틈을 내서 여행 중 입을 화려한 옷들도 몇 벌 준비했다. 휴가 전날까지 쏟아지는 업무에 느지막하게 퇴근을 한 후, 평소 조금씩 싸놓았던 짐을 다시 열어 빠진 것들을 확인하고 장시간 이동에도 문제 없도록 여행가방을 마무리했다.
꿈꾸던 그날이 밝았다.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며 준비를 했고, 드디어 여행길에 올랐다.
생전 처음 발길을 내딛은 여행지에서의 5일은 당연한 낯설음과 적당한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익숙함을 벗어나는 일탈의 달콤함이 자칫 부자연스런 자아와의 당혹스런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여행의 참된 매력임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무엇하나 손에 익지도 눈에 익지도 않은 환경에 뚝 떨어지게 되면, 평소 익숙했던 일상이나 사물 모두 낯설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자유에 도취되어 평소 눈길조차 주지 않던 무언가에 매혹되기도 하고,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던 규범에서 부지중에 탈피하는 불가해한 순간과 맞닥뜨리게 되기도 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새로운 환경에 기웃거리며 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식을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터득하게 된다. 옛 습관이나 습성에 반하는 그 무엇이라 해도 말이다.
그리고 ‘휴가’와 같은 이런 잠깐의 멈춤 후엔 뭔가 새로워진 일상을 꿈꾸게 된다. 그 사이에 어떠한 변화도 불가함을 알지만, 그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이런 비이성적인 기대를 갖게 되는 것 같다.
‘낯설게 하기(Defamilarization)’란 소설작법이 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습관화된 지각을 낯설게 함으로써 생각이나 고민 없이 자동적으로 해오던 것들의 참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작업이다. 이 작법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상의 본질 회복’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 시작은 ‘관계의 회복’이었다. 평소 진심의 크기만큼 마음과 시간을 쏟지 못했던 누군가와의 퀄리티 타임. 낯선 환경은 지금껏 서로가 공유해왔던 환경의 유대를 더욱 굳건히 해주었고, 여행 중 함께 한 시간은 돌아온 일상에서 둘만이 나눌 수 있는 은밀한 일탈이 되어주었다.
단순히 휴식을 위해 찾은 곳에서의 ‘헤맴’그리고 익숙지 않은 자아와의 만남. 하지만 그런 낯설음은 일상으로 돌아와 접하는 많은 사물과 관계들의 참 의미를 찾도록 노력하게 해주었다. 이것이 많은 여행자들이 이야기하던 여행의 진정한 매력일까.
또다시 뜨거운 엘에이의 여름이 시작됐다. 자칫 무료하다 여길 수 있는 일상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휴가시즌이 돌아온 것이다. 일상이 낯설어질 수도 있다는 가정이 주는 자유로움과 여유. 열심히 일한 그 누구에게라도 허락되어야 할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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