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기 LA 평통회장 임명을 놓고 ‘낙하산 인사’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평통회장 임명이 권력 실세들과의 연줄을 배경으로 이뤄진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 회장으로 임명된 임태랑씨가 LA지역 박근혜 후원활동에 앞장 서 왔다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은 더 뜨겁다. 지난 대선 당시 임 신임회장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코미디언 자니 윤씨와 함께 박근혜 후원조직을 만들고 이를 이끌었다. 윤씨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 임명됐으며 당시에도 한 차례 보은인사 논란이 있었다.
낙하산 인사는 권력을 쥔 인물이 측근들의 충성과 기여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들을 나눠주는 행태를 말한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낙하산 논란은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권력의 획득과정과 구조가 지니고 있는 속성 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정도이다.
한 분석에 따르면 현 박근혜 정권 들어 낙하산 인사가 전임 이명박 시절보다 30% 가량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이 되기 전 박근혜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니 ‘코드 인사’니 하며 권력자 측근들에 대한 보은인사를 비판했었다. 하지만 자신이 대통령이 된 후 오히려 더 이런 행태를 보이는 자기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낙하산 인사는 분명 부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어떤 조직에 외부 인사를 수혈하는 것 모두를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낙하산 인사에 대해 가치중립적으로 정의를 내린다면 “내부 승진이 아닌 외부 인사의 기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전문성과 의식을 갖춘 외부 인사를 수혈해 조직을 살린다면 이것은 ‘좋은’ 낙하산 인사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도외시 한 채 단지 자신에게 충성했다는 이유로 자격도 되지 않는 인물들에게 자리를 준다면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현 정권의 인사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이 ‘나쁜’ 낙하산 인사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낙하산 인사는 있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나쁜 낙하산 인사가 초래한 혹독한 결과를 목격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부시가 보은차원에서 임명한 연방재해청장의 잘못된 판단과 일처리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던 카트리나 참사가 그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낙하산 인사도 있다. 월스트릿 등 민간부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전문가들이 정부 관료로 임명되는 경우이다. 이에 대해 비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이 벌던 돈의 수십분의 1도 되지 않는 박봉(?)을 받으며 공익을 위해 일하겠다는 자세는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일단 신임 LA 평통회장 임명을 놓고 나오는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당초 유력 회장 후보로 거명되던 인물은 투서에 치이는 바람에 결국 낙마했다. 평통회장 인사철만 되면 ‘투서’와 ‘낙하산 논란’ 등으로 단체 이미지만 구겨지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신임회장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고 낙하산으로 내려왔다는 부정적 시선을 불식시키려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시작은 낙하산이었지만 임기를 마칠 때면 잘된 인사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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