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숙 ‘어느 여름 날’
만경평야 새끼발가락부터
바다냄새가 흘러들었네
나는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아련한
노랫소리 따라 심포항으로
찾아들었네
비릿하게 정박한 닻이
꽉다문 집게발처럼
생의 한 부분을 물고 있듯이,
나는 바다를 떠나지 못한
한 척의 고깃배로 파도를 그리워하리
번개탄 피우고 싱싱한 것 올려놓으면
익으면 스스로 입 좍 벌리는 생합처럼
내 삶도 어느 한때는
준비된 풍경이 있었던가
좌판에 널려진 생것들
지금도 바다에 몸 던지는 꿈을 꾸며
이 악물고 거품을 품고 있네
/ 박수서(1974-) ‘심포항’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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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발길을 따라 낡은 배 몇 척만이 정박된 작은 항구에 간다. 번개탄 위에서 생합들이 좍 입을 벌려 한 생애의 서사시를 들려주는 항구의 주점으로 간다. 알 수 없는 욕망이 이 땅에 발붙인 우리를 쏴아 쏴아 유혹하는 곳, 나른한 평화 속에 망망한 대해가 꿈틀대는 그곳으로 간다. 좌판에 앉아서도 이 악물고 바다만을 꿈꾸는 조개들처럼, 바다여, 그대를 꿈꾸는 우리네 작고도 뜨거운 열망들이 아니라면 그대는 대체 누구의 연인일 수 있겠는가.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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