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필종 ‘창살’
어렸을 적
어머니와 나는 일 년에 한 번 씩
먼 곳에 사시는
외할머니를 뵈러 갔었다.
언덕 옆의 농지는 대부분 자갈이었고
부엌에서는 버터를 휘젓는 그릇과
기니아 동전의 냄새
뒤뜰엔 닭들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떠나 올 때면 할머니는
텃밭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차창에 기대어 나는 할머니를
오래 오래 바라보았었고
어머니는 집에 오는 동안 내내
말이 별로 없으셨다
눈에 눈물이 고이곤 하셨을 뿐.
아마도 어머니도 할머니의 텃밭을
생각하고 계셨으리라,
어머니가 매년 똑같이 만들어보려 하던
그 텃밭, 마지막 한 톨의 콩과 백일홍.
내게 어머니가 남겨주신 그것.
/ Jo McDougall (1935- ) ‘어머니와 딸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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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이라는 매체를 통해 어머니와 딸의 사랑을 그린 시이다. 언덕길 옆 텃밭에서거나, 아파트 현관에서거나, 커다한 대청마루를 가진 시골집 대문에서나, 혹은 양로원의 좁은 통로에서 떠나는 자손들을 눈으로 배웅하는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언젠가 그 어딘가에서 오래 오래 떠나가는 아이들을 눈 배웅할 우리들. 사랑한다, 사랑한다, 하지만 다 사랑하지 못하고 마는 인간의 슬픔이 애잔하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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