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밸리의 일몰’ 조이스 리
오늘 저녁엔 포도주를 마시지 않네
내가 듣고 싶은 것은
머리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라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라네.
블라인드 마운튼에 있는 집 뜰에
몇 시간 채 앉아있다네
조그만 마당 아래로
오래된 누추한 평원을 가로질러
두 마리의 말이 풀을 뜯고 있네, 야생화를
뿌리까지 뽑아내고 있네
말들은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풀을 뜯어 먹고
밤마다 서로 기대어 잠이 드네.
실패라는 것은 없는 이곳.
너는 떠났고
아이들은 잠이든 지금.
이런 글을 쓸 필요조차도 없겠네.
/ Louise Erdrich(1954- ) ‘블라인드 마운튼에서의 봄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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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에드릭은 인디언에 관한 글을 많이 써온 시인이며 작가이다. 역시 작가였던 남편 마이클 도리스는 자살을 했다. 그들 사이에는 세 명의 친자와 세 명의 입양아가 있다. 이런 개인사를 알면 시가 잘 보인다. 시인이 실패라 부를만한 것 하나 없다고 말하는 산간의 평화, 두 마리 말의 정다운 모습을 통해 아프게 드러나는 그녀의 상처는 고요하다. 그렇다. 이 세상에 온전한 생은 없다.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주는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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