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장의 감사 카드를 쓸 일이 있었다. 평소 쓰는 일에 익숙한 편이라 생각해왔는데, 한 줄을 넘기기 힘들 정도로 주저하는 상황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일단 무엇에 어떻게 감사하고 있는지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하고, 그 감정에 합당한 단어와 말투를 정하는 일. 생각이 많아질수록 고민은 길어졌다.
지금의 이 마음이 과연 얼마나 글로 옮겨질 수 있을까. 받는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질수록 겉으로 포장되는 현란한 문체보다는 되레 당시의 감사한 마음, 날것과도 같을 그 진심이 전해지길 바랐던 것 같다.
그렇게 전해진 메시지는 또 다른 감사의 메시지가 되어 돌아왔다. 덕분에 그렇게 몇 주간 그 어느 단어보다도 ‘감사’란 단어를 되뇔 수 있었다.
시간을 내어 감사한 사람과 감사의 제목을 헤아리는 일은 생각보다 행복했다. 좁을 수도 있었던 삶의 폭을 넓혀준 고마운 사람들. 바쁜 일상을 핑계로 돌아보거나 기억해내지 못했지만, 그들이 있어 철저한 외로움을 불평할 수 있는 순간은 실제 단 한 번도 없었음을 깨달았다.
때때마다 곳곳에서 건네받았던 고마운 도움의 손길들. 그 무엇 하나 당연하지 않았음에도, 순간이 지나기 무섭게 잊어버리곤 했다. 그리고 그 일을 곱씹고 추억하며 감사하는 일에 지독히도 게을렀다.
이제 스스로에게 남은 과제는 서로의 추억이 공유할 수 있는 풍성한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놓는 일인 것 같다. 주어진 관계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적당한 책임감을 가지고 그 관계를 아름답게 이어나가는 것, 바로 그것이다.
삶의 작은 불평거리에 얽매어 원망하는 일에 힘과 시간을 쓰기 보다는, 아름답게 놓인 관계의 다리에 아름다운 꽃을 심고 피어난 작은 풀꽃에 물을 주는 일. 애초에 혼자 살게끔 디자인되지 않은 우리네 삶에 그 무엇보다도 충실한 모습이 아닐까.
아주대 주철환 교수는 최근 출간된 자신의 저서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를 통해 ‘인생이란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임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하며, ‘나 자신이 먼저 누군가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친구를 사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결정적인 때에 다른 어떤 이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로서의 개별적 인간을 정의한 키에르케고르의 ‘신 앞에 선 단독자’란 말에도 동의하지만, 실제 다정히 잡은 손과 손 사이에 전달되는 온기가 느껴질수록 공생에 대한 믿음이 커가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또한 주 교수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일이 무엇일까” 자문하며,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에 대한 작은 적용으로 주위 사람들의 작은 고민에도 귀 기울이고, 그들 삶 속 희로애락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개입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을 언급했다. 후에 진정 소풍 같은 세상에서 잘 살다왔노라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소풍 장소를 가득히 채워줄 정겨운 동무들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상황에 관계없이 늘 친하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을 사귀고 곁에 두는 일. 효율과 경쟁만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꿈꿔도 좋을 진정으로 멋진 일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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