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학생들도 성인들도 여러 모양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사회단체나 공공기관에 기부한다. 그 결과 기부를 받는 이들은 물론이고 재능을 나누는 사람들까지 함께 기쁨을 누린다.
지난 달 21일, 피아니스트인 나와 바이올리니스트인 형, 박윤재 교수는 ‘주는 기쁨’를 누릴 수 있는 영광스런 자리에 초대 받았다. 그것도 우리 형제가 태어나고 자란 전라북도 군산에서 말이다. 음악가 부모님으로부터 재능을 물려받고, 이후 오랜 시간 배우고 연습하며 갈고 닦아온 음악가로서의 능력을, 음악회를 통해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희망 콘서트’는 재능기부를 통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진인사’라는 기관이 주최하고, 전라북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주관한 음악회이다. 이번 음악회는 ‘진인사’가 하고 있는 여러 봉사활동 중 ‘소년 소녀가장, 독거노인 집 고쳐주기 기금마련’을 위한 행사였다.
군산 예술의 전당이 청중들로 가득 찼고, 우리를 초대해 준 최인정 도의원은 “우리 고장 군산 출신인 재미 아티스트 두 분께서 귀한 재능을 기부함으로 이웃사랑 실천에 앞장 서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로 우리를 소개해 주었다. 국회의원, 군산예총 회장, 군산시장, 전라북도 도지사 등이 참석해 따뜻한 환영의 말을 해주었지만 그중 우리 형제를 반갑게 반겨준 사람들은 다름 아닌 30년 만에 만나는 고향친구들이었다.
‘금의환향’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 하지만 좋은 일을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을,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그곳에서 받은 박수갈채, 그리고 그들의 행복했던 표정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된다.
공연에 이어서 군산 영광여고에서의 초청연주, 드림교회에서의 찬양 집회 및 몇 차례의 공개 레슨(Master Class)도 이루어졌다. 한국의 젊은 음악도들에게 나의 음악 철학을 전하기도 했고, 그들이 음악을 통해 꿀 수 있는 아름다운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었다.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청중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 ‘음악’이 그들의 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다. 해외 유학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그 막연한 꿈이 ‘비전’이 될 수 있는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채색의 꿈에 색깔을 입힐 수 있는지, 그들을 돕는 조력자가 되고 싶었다.
질문 공세가 이어졌고, 사랑하는 조카에게 조언하듯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질문들에 답변을 하며, 선생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나 자신에게 얼마나 행복을 주는 일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여행은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설렘을 안고 떠났던 고국에서의 연주여행. 나를 발견하고, 나를 채우고, 나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힘든 일정이었지만 연주를 통해 행복을 전했고, 분에 넘치는 사랑도 받았다. 무대 위에서 나누었던 관객과의 교감은, 영영 깨고 싶지 않은 행복한 꿈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형제의 재능기부를 통해 누군가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된다는 점에 가슴이 벅차다. 분명 나는 나누어 주었지만, 지금 나의 가슴은 행복감으로 이전보다 더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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