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멕시코 차코 캐년에 있는 인디언 구조물은 19세기 이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다. 한국의 아파트 단지를 방불케 하는 이 콤플렉스는 빌딩 하나에 평균 방 200개, 큰 것은 700개에 이르는 것도 있었다. 이런 빌딩이 지금까지 발견된 것만 15개가 넘는다.
기원 700년부터 생긴 것으로 추산되는 이 집단 거주지는 1150년경부터 쇠락하기 시작하더니 1300년께부터는 폐허로 전락했다. 이런 거대한 건축물을 지었던 아나사지 부족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들 인디언 커뮤니티의 몰락 원인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1150년부터 시작된 대가뭄이다. 장장 300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이곳은 물론 멀리 남미 볼리비아의 티티카카 호수 인근 인디언 부족부터 미시시피 인디언 커뮤니티까지 사라졌다.
시기는 다르지만 체첸이차, 팔렝케 등에 거대한 피라미드를 세운 마야 문명의 몰락도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이 주원인이며 인류 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진 수메르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사라진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이렇게 보면 문명의 성쇠와 기후 변화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4년간 계속된 가뭄을 견디지 못하고 사상 처음 강제 절수 조치에 들어갔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25% 절수령을 발표하며 “비상한 상황은 비상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LA를 비롯한 주요 도시는 20~25%의 물 사용량을 줄여야 하지만 베벌리힐스 등 물 사용량이 많은 곳은 35%까지 절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번 절수 조치가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 전국 가뭄 지도를 보면 다른 곳은 대체로 괜찮은데 유독 캘리포니아, 그중에서도 남가주만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전체도 아니고 남가주 기후만 바뀔 수는 없다며 남가주 강수량이 머지않아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란 낙관적인 견해도 있지만 이것이 100년 이상 가는 장기 가뭄의 전조일 수 있다는 불길한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뭄이 계속되더라도 먹을 물이 없어 목말라 죽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사람들이 마시는 물은 전체 물 사용량의 극히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 훨씬 전에 미 최대 규모인 캘리포니아 농업이 반 토막이 날 것이다.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잔디밭의 실종이 될 것이다. 지금도 수도국은 잔디 대신 선인장 등 사막 식물을 심을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가뭄이 심화되면 이것이 의무 사항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 LA에 온 사람들은 ‘사막의 도시’로 알려진 LA에 푸른 잔디밭이 널려 있는 모습에 놀라곤 했는데 이제 이도 옛말이 될 것 같다. 사막이었던 남가주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모양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