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26일 밤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고로 46명의 해군 장병이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정부 발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 가운데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임을 일관되게 주장하지만, 일부 권위 있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증언은 정부의 주장과 판이하다. 예컨대, 특히 잠수함과 어뢰 등 유도무기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인 재미동포 안수명 박사 같은 이는 심지어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가 천안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사건 당일 한미 양국은 마침 키 리졸브 연습의 일환으로 이지스함과 미군 핵잠수함까지 동원해 대잠수함 합동훈련 중이었는데 북한의 잠수정이 NLL(서해북방한계선)을 경계근무 중이던 초계함을 어뢰로 격침시키고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은 신출귀몰로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북한 잠수정이 어디로 침투해 들어와 어디로 빠져나갔는지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을 뿐더러, 북한 소행이 틀림없다며 결정적 근거로 제시한 녹슨 어뢰 추진체도 의문투성이다.
그러나 내가 이 칼럼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것인지의 여부가 아니라 사고 발생 후 정부가 취한 납득할 수 없는 일련의 조치들에 관한 것이다. 군에서는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건 불문율이다.
정부의 발표대로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천안함은 경계에 실패한 것이 맞다. 그렇다면 최원일 함장을 비롯한 일선 지휘관은 물론 김동식 2함대 사령관 등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 해군 수뇌부에게도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엄히 물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무런 문책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다만 천안함 침몰 당일 밤 사고 보고를 받은 후 폭탄주를 마시고 만취해 잠을 잔 이상의 합참의장만이 옷을 벗었을 뿐 다른 지휘관들은 아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고 오히려 무운장구했으니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에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전 대표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방부가 경계근무 실패의 1차적 책임자인 함장을 징계하려고 하자 함장은 조용히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없던 일로 하고 덮어버렸다. 2함대 사령관을 징계하려고 하니 그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또 슬그머니 징계를 거뒀다”면서 “황당한 일이다. 그 자체만으로 그들은 천안함 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 전 대표의 말 속에 어쩌면 ‘천안함의 진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황당한 것은, 천안함에 대한 정부 발표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면 의문을 풀어주려 하는 대신 대뜸 “정부 발표를 믿지 않다니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이냐, 종북 아니냐”며 윽박지르는 반민주적인 정부의 행태다. 정부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충직한 대한민국 국민이고, 안 믿으면 인스턴트 종북 빨갱이가 되는 나라가, 우리가 꿈엔들 잊지 못하는 바로 그 조국임을 애써 믿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나 또한 종북 빨갱이가 틀림 없으렸다.
‘신은 진실을 알고 있지만, 때를 기다린다’고 했다. 그 ‘때’가 언제일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천안함의 진실’ 또한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어떤 정부도 국민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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