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42가 지하철 역에서.
시내 기차를 기다리며
플랫폼을 오간다.
적선을 할 힘조차 없다
잡지 판매대의 책 표지를 응시하고 있는
내 뒤를 누군가가
지나간다
오렌지색 조끼를 입고
검은 호스를 끌고.
전차가 정지하고 문이 열린다.
무표정한 얼굴들.
이들 사이에서
모두들 한 자리 건너 앉아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하다
/ Linda Gregg (1942- ) ‘대나무와 새’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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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전철역에 평화 느끼게 하는 것은 없다. 평화로운 이미지의 시의 제목 ‘대나무와 새’는 지극히 소극적 행복인, 도시의 불안을 조명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어떤 배려처럼 경계를 긋고 서로를 침범하지만 않으면 그것으로 뉴욕은 행복하다. 가장 작은 것으로 가장 큰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미니멀리즘이라면, 행복과 불안의 미니멀리즘이 여기 있다. ‘Leave me alone’이면 충분한 사람들을 싣고 밤의 전철이 달린다.
<임혜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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