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꺼진, 그래, 옛사랑이여
빨래방에 가면 그대가 몹시 그립네
그대의 도움 없이 시트를 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냐. 나 혼자 끌고 당기고,
그대 손을 당할 수가 없다네
우리가 함께 하던 그 묘한
스퀘어 댄스가 그립네. 하지만
서로를 지치게 하던 현란한 말다툼 없이
혼자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네.
수없이 돌이켜 보았지.
이제는 그것들도 잿빛,
내가 좋아하는 겨울 셔츠의 목둘레처럼
그대는 빛이 바래고 부드러워졌어
버리기 힘들었던 습관, 그대, 옛 연인이여
어둠 속, 그대가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담요에서는 탁탁,
연한 푸른빛 불꽃이 터진다네
/ Barton Sutter ‘정전기’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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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빨래를 개던 일을 통해 옛 애인에의 그리움을 서술한 재미있는 시다. 지금은 낡아서 부드러워진 옷처럼 열정도 아픔도 사라졌다지만 애인은 빨래를 할 때도 찾아오고 어두운 침실에도 찾아온다. 마른 담요가 스치며 내는 정전기처럼 아직도 푸른 불꽃인 옛 애인의 잔재. 버리기 힘든 습관처럼,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마지막 그리움이 사소하고 질겨서 더욱 애잔하다.
<임혜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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