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LA 다운타운에서 강도 용의자로 지목된 흑인 노숙자 한 명이 경찰의 집단 총격으로 피살된데 이어 6일 위스콘신에서도 경찰이 비무장 흑인에 총을 솨 숨지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더니 이번 주에는 조지아에서 정신이상 흑인이 알몸 상태에서 두 발의 경찰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마치 경찰 총격에 의한 민간인 피살 사건이 자고 나면 한 건씩 터지는 것 같다. 경찰은 피살자들이 위협적인 행동을 한데 따른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민들, 특히 흑인 사회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총격 당시 정확한 상황은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비무장 용의자 1명을 여러 명의 경찰이 제압하면서 총을 난사해 목숨까지 앗아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경찰도 인간인 만큼 실수를 할 수는 있다. 문제는 경찰이 ‘공권력’이라는 명분 아래 비무장 시민들에게 총을 쏘는 사건이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9.11테러를 거치며 경찰의 총기사용 요건이 완화되고 범죄자들이 흉포화 된데 따른 현상으로 보이지만 그렇다 해도 경찰의 총기 사용은 이해할만한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FBI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미 전국에서 업무 중 희생당한 경찰관은 모두 27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반면 경찰에 의해 사살된 사람(여기에는 비무장 시민들도 포함돼 있다)은 461명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통계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놓고 “요즘처럼 경찰에게는 안전하고 범죄자에게는 위험한 때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흔히들 경찰을 가장 위험한 직업으로 여기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다양한 통계들을 종합해 보면 미국 내에서 안전사고를 가장 많이 당하는 직종은 벌목공, 어부, 건설인부 등이며 경찰은 10위권 밖이다. 경찰은 피살 위험이 가장 높은 직종도 아니다. 2013년 이런 위험이 가장 높았던 직종은 10만명당 8명꼴로 피살된 택시 운전사였다. 경찰은 3.5명이었다.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미국 경찰의 비무장 시민 총격사건을 보며 떠올린 것은 2월말 한국 에서 엽총 난사 현장에 출동했던 파출소장이 테이저건으로 범인을 제압하려다 총에 맞아 순직한 사건이다. 총을 가진 범인에게 테이저건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한국 경찰의 현실이다. 총기 사용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기 때문이다.
총을 사용할 수 있는 예외상황에서 발포할 경우에도 허벅지 이하를 조준하도록 돼 있다. 목숨이 걸린 긴박한 상황에서 대퇴부 이하 조준이라니, 너무 현실성 없는 조항이다. 파출소장 순직 사건 이후 경찰의 총기사용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총기를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미국 경찰. 아무리 위험해도 총기를 꺼내 들기조차 힘든 한국 경찰. 너무나 대조적인 두 나라 경찰의 현주소다. 둘 다 바람직한 공권력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민간인 피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경찰 공권력 남용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경찰 선발 과정에서 좀 더 면밀하게 지원자들의 인성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또 채용 후에는 긴급 상황에서의 판단 능력을 높여 주는 훈련과 경찰의 인종적 편견을 바로 잡아 주는 내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 안전을 지키라며 쥐어 준 총에 비무장 시민들이 희생되는 비극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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