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 3사의 육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선두 프로그램이었지만 이제는 종영한 “아빠, 어디가”와 함께 “수퍼맨이 돌아 왔다” 그리고 “오 마이 베이비” 등이 각기 다른 상황 시나리오로 시청자들을 유혹했지만, 그중 주가가 올랐던 주인공들은 하나도 둘도 아닌 셋씩이나 워- 워- 워- 워- 의 탤런트 송일국 씨의 세쌍둥이 대한, 민국, 만세인 것 같다.
하루에 수많은 단어를 배운다는 성장 시기 아이들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 꼬마들은 전혀 통제가 안되는 동시에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에 충실하다. 밥을 먹으면 조용해지고, 흥미로운 것을 보면 아빠의 통제와 상관없이 삼단 분리가 되며, 원하는 장난감을 놓기 싫을 때는 소리 내어 떼를 쓰고 운다. 세 아이들의 모습은 모두 귀엽고, 이들을 한꺼번에 돌보는 아빠의 육체적 정신적 고달픔과 그만큼 배가 되는 보람은 많은 시청자들의 얼굴에 미소를 불러온다.
쌍둥이들은 심리학자나 교육학자에게 인간의 선천성과 후천성에 대한 좋은 연구 주제와 기회를 제공해왔다.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세쌍둥이이지만, 분명 하나하나 완연히 다른 성격을 보이고, 이는 시청자인 내게도 인상 깊게 다가온다.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났으니 역학적으로 풀자면 사주팔자도 같을 텐데, 육아 방식과 교육 방침이 같은 한 부모 밑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완전히 다른 성격과 기호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천성과 후천적 환경의 주요 작용 및 상호 작용으로 한 인간의 특질이 어느 정도 결정지어진다.
교육학 관련 자료들을 보면 성적이나 교육의 결과를 측정하는 수치들의 전체 분산 중 약 20~ 30%가 학교 수준에서 나타나고, 나머지 80%의 분산이 개인 수준에서 나타난다. 이 80%의 개인 간 분산들 중 절반 이상이 부모의 사회 경제적 수준 변수로 설명이 되고, 나머지 개인 간 분산들에서 비로소 개인의 동기와 다른 변수들이 개입하게 된다.
결국 학교 수준에 따른 교과과정 차이나 교육 정책의 변화로 도모할 수 있는 개인차는 효과 확실한 정책이 완벽하게 계획되고 이행되었을 경우 20% 수준이고, 대부분은 당연히 이에 미치지 못한다.
교육정책 개발자들에게 더 비관적인 사실은 나머지 80%의 개인 간 분산들 중 어느 정도가 선천성에 기인하는지 확실치는 않아도 그 비중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자료 분석 결과는 교육정책 개발자들에게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결과이고 사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영향력이 미약하다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교육 문제이고, 교육 문제는 한 사회의 희망의 문제가 된다. 그리고 어떤 정책 수준의 영향력이 어떤 한 개인의 천성과 빚어내는 ‘상호작용’은 아직도 많이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한다.
교육학 용어 중에 ‘페다고지(Pedagogy)’의 어원이 ‘끌어내다’임을 상기하면, 개개인의 타고난 특성과 재능을 끌어 내 그 완성을 도와야 하는 것이 부모와 사회의 교육적 책임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둘러보면 나는 오늘도 이렇게 탁상공론을 하고 있는 무력한 교육자인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귀여운 삼둥이의 내일을 천성에만 맡기고 우리 책임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 땅의 부모와 교육자들은 오늘도 고민이 많고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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