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계 전국야구대회 1차전에서 탈락한 산골 중학교 선수들이
제 몸뚱이보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지고,
목련꽃 다 떨어져 누운 여관 마당을 나서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저마다 저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는지 모두 고개를 꺾고 말이 없다.
간밤에 손톱을 깎은 일도 죄스럽고,
속옷을 갈아입은 것도 후회스러운 것이다
여관집 개도 풀이 죽었고,
목련도 어젯밤에 꽃잎을 다 놓아버리는 것이 아니었다며
고개를 흔든다
봄은 미신(迷信)과 가깝다
/ 윤제림(충북 제천 출생) ‘목련꽃도 잘못이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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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니 이제 사람 북적이는 도시에도 저 깊은 산골에도 꽃이 피고 또 지겠다. 야구대회 1차전에서 일찍이 탈락해버린 산골 중학교 선수들, 풀 죽어 돌아가는 모습이 풀썩 풀썩 지는 봄꽃 같이 딱하고도 싱싱하다. 이것도 하지말 걸, 저것도 하지말 걸, 후회하면 돌아가는 소년들과 어우러지는 봄 풍경, 토속미도 물씬하다. 목련꽃도, 여관집 개도 스스로를 탓하는, 세상에 이처럼 따스한 미신도 있는가.
<임혜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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