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김인식 원로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을 무수하게 봐 왔다. 그는 자신이 직접 지도하거나 지켜봤던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한국무대에서 성공한 선수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한국 문화와 한국식 야구에 잘 적응하는 선수들이 뛰어난 성적을 거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보다 오히려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훨씬 많다고 김 감독은 지적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눈물 젖은 빵을 오래 먹어 온 마이너리그 출신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 된다. 하지만 세게 최고 수준의 환경 속에서 야구를 했던 선수들은 한국 프로야구의 인프라와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언어와 음식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보다 야구 역사가 훨씬 길고 외국인 선수 영입 역시 오래된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발렌틴(야쿠르트)을 비롯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어난 기록을 남긴 외국인 선수들은 대개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다. 다른 야구, 다른 문화에 얼마나 빨리 그리고 잘 적응하느냐는 선수들의 성적을 좌우하는 절대적 요소가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는 LA다저스 류현진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물론 그의 뛰어난 실력이다. 하지만 타고난 적응력 또한 메이저리그 안착의 바탕이 되고 있다. 류현진이 2013년 다저스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던 날 단 매팅리 감독은 ‘적응’(adjustment)라는 말을 여러 번 입에 올렸다. 적응력이 관건이라는 의미였다.
류현진은 친화력이 대단하다. 한국에서도 그는 장난꾸러기로 유명했다. 넉살이 좋은 그는 팀 동료들과 금방 친해졌다. 게다가 자기 확신이 대단히 강하다. 평소 장난꾸러기이지만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는 순간 아주 진지해 진다. 그리고 실수를 해도 거기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는다. 이런 자기 확신과 대범함이 현재의 류현진을 만들었다.
야수로서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가 최고의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달 중순 피츠버그 스프링 캠프에 입소한 그는 동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정도로 벌써 팀에 녹아들고 있다는 것이다. 짧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동료들과 친분을 쌓고 동료들 역시 강정호에 우호적이다. “생소한 환경에 적응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던 당초 큰소리가 빈 소리가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앞으로 그에게 남은 과제는 그라운드에서의 적응뿐이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모습을 볼 때 이 또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야구는 어떤 스포츠보다도 멘탈에 크게 좌우된다. 강정호의 주눅 들지 않는 대범하고 활달한 성격은 그의 메이저리그 성공을 예감케 한다.
같은 내셔널리그에 속해 있는 만큼 올 시즌 류현진과 강정호는 여러 차례 맞대결을 벌이게 될 것이다. 첫 경기서 기대하는 결과는 이렇다. 류현진 7이닝 1자책점 승리투수. 강정호 솔로 홈런 포함 3타수2안타. 아직은 머릿속 상상이지만 왠지 그렇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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