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만 보고 책을 평가하지 말라”(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는 서양 속담이 있다. 작년 6월 버몬트 주의 작은 마을 배틀버러에서 92세의 나이로 조용히 세상을 떠난 론 리드가 바로 여기 꼭 들어맞는 사람이 아닐까.
동네 개스 스테이션에서 일하다 은퇴한 후 파트타임 청소부로 지내온 그가 사망한 후 유언장이 공개되자 동네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늘 헌 옷 단벌 족에 중고 도요타 야리스를 타고 다니던 그가 마을 배틀버러 병원에 480만 달러, 브룩스 도서관에 120만 달러 등 600만 달러를 기증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도서관 관장인 제리 카본은 “벼락을 맞은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변호사인 로리 라월도 그가 처음 돈이 있다고 말했을 때 믿지 않았다. 옷 입은 행색이 도저히 돈 있는 사람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틀버러 병원에서 일하며 그를 알게 된 엘렌 스미스는 “그는 매일 커피와 피넛버터를 바른 머핀을 먹었다”며 “그가 하도 궁해 보여 다른 사람들이 돈을 대신 내주려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동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차 대전에 참전했던 리드는 1945년 전쟁이 끝난 후 고향에 돌아와 개스 스테이션에서 일하다 1979년 은퇴한 후 JC 페니 백화점에서 17년간 파트타임 청소부로 일했다. 1960년 결혼한 그는 아내가 197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자식도 없이 독신으로 지내왔으며 매우 독립적이면서 사생활을 남에게 알리지 않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대학도 안 나오고 전문직 종사자도 아닌 그가 어떻게 이렇게 큰돈을 모았을까. 파킹 요금이 아까워 먼 길가에 주차하고 걸어 다닐 정도로 구두쇠였던 그는 매달 받는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어내 주식에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하기 전에는 그 분야와 회사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 자신이 아는 곳에만 투자했다는 것이다.
1달러가 연 10%의 복리로 불어나면 2배가 되는데 7년이 걸린다. 7년마다 2배가 되면 70년 후에는 1,000달러가 된다. 리드가 일을 시작한 첫해인 1945년 1,000달러를 모아 연 10%씩 오르는 주식에 투자했다면 그 돈만 지금 100만 달러어치가 된다.
그러나 리드는 그 후 50여 년간 일하면서 매년 모은 돈으로 꾸준히 주식을 샀다 1945년 당시 100대이던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그가 일을 그만 둔 90년대 말 10,000대를 기록했다. 그가 이들 주식만 고루 샀더라도 평균 100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 근검절약 정신과 주식을 보는 안목, 그리고 끈기만 있다면 청소부라도 백만장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는 어째서 병원과 도서관에 이처럼 큰돈을 기부했을까. 아마도 병원은 그가 아팠을 때 잘 돌봐줬을 것이고 도서관은 그가 일이 끝나면 그곳에 가서 조용히 주식 투자에 관한 공부를 했을 것이다. 론 리드 이야기는 월급이 적다고 반드시 가난한 것도 아니고 옷차림이 별 볼 일 없다고 꼭 돈이 없는 것도 아님을 보여준다.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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