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구설수에 올랐다.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가 요르단 조종사를 산 채로 불태워 죽이고 그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그 다음날 유엔은 십자가 처형, 집단 생매장, 참수 등 야만행위를 밝히는 보고서 발표와 함께 IS를 규탄하고 나섰다.
바로 그 다음 날, 그러니까 지난 5일 한 모임이 열렸다. 대통령을 위한 조찬기도회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도 IS에 대해 “잔인하고 악랄한 죽음을 추종하는 광신적 집단”이라고 맹비난하며 종교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살인행위를 규탄했다. 그러나 IS를 이슬람으로 구체적으로 지칭하지 않았다.
회교극렬주의자들의 테러가 발생하고 테러행위를 규탄할 때마다 대통령은 이슬람이란 말을 되도록 회피했다. 이슬람 자체는 평화의 종교임을 강조했다. 정치적 고려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일면 이해는 가지만 지나치다는 것이 일부 극우의 반발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기도회에선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을 자행하는 왜곡된 믿음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기독교까지를 언급한 것이다. “과거 십자군전쟁과 종교재판 시절 당시에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끔찍한 일이 자행됐고 미국에서도 노예제도와 흑인차별정책이 너무나 자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정당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바로 쏟아진 게 극우보수 인사들의 비난이다. 한 우파 웹사이트는 “오바마는 IS와 기독교를 근본적으로 동격으로 보고 있다”고 격분했고 짐 길모어 전 버지니아주지사는 “대통령이 한 말 중 가장 불쾌한 말”이라는 논평까지 냈다.
오바마의 지적이 극우보수에게 이슬람이스트 테러집단의 만행에 면죄부를 부여하려는 것으로 비쳐지면서 오바마는 그들로 부터 새로 닉네임을 얻게 됐다. ‘희한한 신학자 대통령’이라는.
구설수와 함께 십자군운동은 기독교가 저지른 죄악의 표본일까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십자군전쟁은 수세기에 걸친 이슬람세계의 유럽침공, 그 지하드에 저항한 유럽 기독교 세계가 선포한 성전(聖戰)으로, 방어적 성격의 전쟁이다.” 회교권 역사가 버나드 루이스의 말이다.
십자군이 잔학행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다. 이슬람의 잔학행위도 그러나 결코 그에 못지않았다. 말하자면 야만성이 지배하던 게 중세 암흑시대로, 스스로의 개혁과 함께 기독교는 그 중세의 야만성을 벗어나면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성숙한 종교로 성장했다고 학자들은 분석한다.
마녀사냥 식의 종교재판도 분명히 있었다. 종교재판의 본래 취지는 그렇지만 그와 정반대다. 무지한 지방영주들이 걸핏하면 이단으로 몰아 무고한 사람들을 처형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 가톨릭교회가 만든 제도가 종교재판이다.
그러니까 중세시대의 야만성이 제도의 오용을 가져와 때로 억울한 희생자를 냈다는 것이 균형 잡힌 해석이다.
당시 기독교는 예수의 이름으로 많은 죄를 지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야만성이 지배하던 중세 암흑시대의 일이다. 이 점을 분명히 했으면 ‘신학자 대통령’이란 논란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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